[바뀌는 면세점 지도]오락가락 공청회…外관광객 증가 기준 현장서 바꿨다

by김진우 기자
2016.03.16 16:29:49

애초 2015년 기준 88만명 늘었다고 했다가 2014년 기준 157만명으로 갑자기 변경
작년 방한 외국인 감소했는데 서울만 증가해 신뢰성 의혹 제기되자 변경 가능성
오락가락 기준에 정부 정책의 신뢰성 저하…"정부 스스로 신뢰 갉아먹고 있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정부가 서울 지역에서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부여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되는 기준인 외국인 관광객 증가수가 공청회 현장에서 뒤바뀌면서 정책 추진이 졸속으로 진행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획재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최로 16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관광산업을 위한 면세점 제도개선 방안’ 공청회에서 발제를 맡은 최낙균 선임연구위원은 서울 지역의 외국인 관광객 증가수에 대해 “2014년 기준으로 157만명이 늘어 특허 자격을 충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KIEP가 전날 기재부에 공식 보고한 자료와 이날 공청회 현장에서 배포한 자료를 보면 ‘서울 지역의 경우 2015년에 직전년도 대비 88만명이 증가해 방문자수에 대한 특허요건을 충족하며 제주와 기타지역의 경우에는 충족하지 못한다’고 적혀 있다.

서울 지역의 외국인 증가수가 2015년 88만명 증가에서 2014년 157만명 증가로 공청회 발표 과정에서 기준이 되는 해가 뒤바뀐 것이다. 이에 대해 최 연구위원은 “참고용으로 2015년 추정치를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수가 오락가락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관세청의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를 살펴봐야 한다. 관세청 고시 제3장 제7조는 △전체 시내면세점의 이용자 수와 매출액 가운데 외국인 비율이 각각 50% 이상인 경우 △광역단체별 외국인 관광객 방문자 수가 전년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하는 경우 관세청장이 신규 특허 신청을 공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시내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 관광객 비율은 50.4%, 매출액 비율은 79.2%로 1항의 요건을 충족하는데 문제는 2항이다. 정부가 신규 특허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전년대비 외국인 관광객 수가 30만명 이상 늘어야 한다.

KIEP가 사전 배포한 자료를 보면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88만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의혹이 드는 부분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2월 발표한 ‘아시아 주요국 입국 통계’를 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323만 1651명으로 전년(1420만 1516명)과 비교해 6.8% 감소했다는 점이다. 전체 관광객이 100만명 가량 줄었는데 서울만 늘 수 있는지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청회 현장에서 외국인 관광객 증가 기준이 2015년에서 2014년으로 바뀐 것은 관세청 고시에서 규정한 ‘외국인 관광객 방문자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동향연차보고서로 확인하며, 전년도 실적을 확인하기 곤란한 경우 직전년도 자료로 확인한다’는 내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 증가수를 2014년 기준으로 한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문체부의 2015년도 관광동향연차보고서가 아직 작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전년도인 2014년을 기준으로 해도 된다. 관광동향연차보고서를 보면 2014년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141만 8000명으로 2013년(985만명)과 비교해 156만 8000명 증가했다.

하지만 문제는 애초 2014년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최 연구위원이 밝힌 대로 참고용으로 추정치(2015년 88만명)를 계산했다가 이를 폐기, 다시 2014년 기준으로 외국인 관광객 증가수를 왜 매겼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명확한 사실은 없지만 신규 특허의 개수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88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신규 특허 2곳만 내주면 되지만 157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최대 5곳을 줄 수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관세청에서 들은 바로는 신규 면세점이 최대 5곳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는데 88만명으로 하면 2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 2곳은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잃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034730)워커힐면세점일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두 곳만을 겨냥해 88만명이란 기준을 정했다가 이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자 기준 자체를 바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면세 업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현장에서 바뀌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 스스로 신뢰를 갉아먹은 셈”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