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식품 인플레, 우크라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

by박종화 기자
2024.04.08 16:45:33

OECD 회원국 식품 인플레, 2021년 10월 이후 최저
공급망 회복·우크라산 농산물 수출 증가 영향
튀르키예 등은 강달러에 오히려 부담 늘어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주요 선진국의 식품 물가 오름세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소비자가 물가 안정을 체감하는 데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인용해 38개 회원국의 지난 2월 소비자 식품 가격이 전년 동월에 견줘 5.3% 상승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식품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정점에 달했던 2022년 11월(16.2%)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이 같은 흐름은 국가·지역별로 봐도 유사하다. 미국의 2월 식품 가격 상승률은 2.2%로 2021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식품·무알코올 음료 가격 상승률(2.7%)도 2021년 11월 이후 2년여 만에 3% 아래로 떨어졌다.

식품 인플레이션이 완화한 데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교란됐던 공급망이 회복되고 우크라아나산 농산물 수출이 늘어난 덕이 크다. 농산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던 에너지 가격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보다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해외개발연구소(ODI)의 스티브 위긴스 수석연구원은 “과거 가격 급등기에 (농산물) 생산자들은 곧 (생산을 늘려) 수요를 충족했다”며 “물가가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동남아시아 등 일부 신흥국에선 인도의 쌀 수출 금지나, 대두·유채 등 식물성 유지 수요 증가로 식품 가격 안정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튀르키예 등 강달러로 통화 가치 방어에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 역시 마찬가지다.

FT는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식품 가격 자체가 떨어지진 않았다고 지적했다. 식품 가격에는 농산물 가격 변동이 시차를 두고 반영될뿐더러 농산물 가격 외에도 인건비나 운송비 등 다른 요소가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빵의 경우 밀 가격이 빵값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봐야 10%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