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옆에서 특식 먹은 의원들…허은아 “이러니 천원밥상도 ‘시식쇼’ 비판”

by이재은 기자
2023.05.16 17:00:08

도지사·의원들, 식당 칸막이 안쪽서 식사
전복내장톳밥, 아롱사태전골 등 제공돼
학생 160여명, 카레밥·된장국 등 식사
“학생들 격려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충북도가 최근 충북학사에서 예산정책간담회를 진행한 뒤 도지사와 국회의원 등에게 특식을 제공한 것에 대해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러니 여야가 앞다퉈 찾아갔던 천원의 밥상도 ‘체험 시식쇼’라는 비판이 나왔던 것”이라고 했다.

MBC에 따르면 지난 9일 예산정책간담회 이후 김 지사와 일부 의원 등에게는 원가 2만 8000원에 달하는 만찬이 제공됐고, 학생들은 원가 2700원가량인 식단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사진=MBC 방송화면 갈무리)
허 의원은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1세기판 ‘반상’의 차별을 두는 것인가 아니면 20세기판 권위 의식에 전 구태를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것이냐”며 이같이 적었다.

이어 “청년의 공간을 빌려 같이 사용했으면서도 격려도 공감도 없었다”며 “갈비찜, 장어와 카레 사이에 놓인 ‘칸막이’의 높이 몇 배 이상으로 부메랑이 되어 민심의 칸막이를 높이고 회초리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사진=이영훈 기자)
충북도는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충북학사 서서울관에서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들을 초청해 예산정책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충북 지역구 국회의원들 8명과 주요 실·국장 20여명이 참석했다.

간담회 이후에는 국민의힘 소속 박덕흠·이종배·엄태영 의원 등이 김 지사 일행과 학생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 MBC충북 보도에 따르면 김 지사를 비롯한 저녁 식사 참석 의원들과 수행원들에게는 전복내장톳밥, 아롱사태전골 등이 제공됐다. 또 수행원을 제외한 저녁 식사 참석 인원들은 식당 내 칸막이 안쪽에서 밥을 먹었다.

같은 시간 학생 160여명은 카레밥, 된장국 등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한 학부모는 MBC에 “이왕 가셨으면 애들하고 같은 메뉴로 밥도 먹고 학생들 격려도 하고 학사에 대한 불만 사항도 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이라고 말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16일 연합뉴스에 “국회와 가까워 충북학사에서 행사를 했고, 학생들이 불쾌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행사 준비를 할 때 신중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충북대학교 ‘천원의 아침밥’ 개시 행사 당일이던 지난 2일 김 지사가 학생에게 배식하고 있다. (사진=충북도)
앞서 김 지사는 충북대 ‘천원의 아침밥’ 사업 시작일이던 지난 2일 학생회관 식당을 방문해 고창섭 충북대 총장 등과 20분간 배식을 한 바 있다.

당시 김 지사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으로 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에 든든히 아침식사를 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