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부족·시효완성…6년 만의 김학의 재수사도 '미완'(종합)

by이승현 기자
2019.06.04 15:01:07

수사단, 金 성범죄 빼고 뇌물 혐의만 적용
곽상도·이중희 등 靑 민정라인 외압 의혹 무혐의 처분
檢 부실수사 의혹 ''시효완성''·한상대 등 의혹 단서 없어
檢 "오직 증거와 법리로만 결론"

김학의(왼쪽)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지난 2013년 ‘별장 성접대 동영상’ 의혹과 관련해 3번째 수사에 나선 검찰이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58)씨를 4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의 성범죄 혐의와 함께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경찰 수사 외압과 검찰의 부실 수사 등 이 사건의 핵심 실체는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채 국민적 의혹은 끝내 미완으로 남게 됐다.

김학의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이날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이런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지난 3월 29일 발족 이후 두달여 만이다.

수사단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윤씨와 또다른 사업가 최모씨에게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총 1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를 받는다. 김 전 차관이 윤씨로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받은 성접대 역시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봤다.

지난 2013~2014년 두 차례 검찰 수사에서 특수강간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 권고로 6년 만에 재개된 수사에서 결국 사법처리될 위기에 놓였다.

윤씨는 사기와 알선수재, 공갈 등 개인비리 혐의 외에 지난 2006~2007년 여성 이모씨를 수 차례 성폭행 해 정신적 피해(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가한 혐의(강간치상)를 받는다.

검찰은 김 전 차관도 이씨와 성관계를 가졌지만 폭행과 협박 등 강제성이 없었다며 강간치상 혐의의 공범으로 보지 않았다. 성관계 등 사진 역시 폭행과 협박을 입증할 직접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 성폭행이 아닌 성접대로 결론지었다.

과거와 달리 김 전 차관을 재판에 넘길 수 있었던 데에는 뇌물 공여자인 윤씨의 진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윤씨가 금품제공 및 접대 사실을 자인하고 대가관계 등에 관해 의미있는 진술을 하는 등 수사에 협조했다”며 “최씨도 수사과정에서 차명폰 제공 외 금품제공 사실을 새롭게 진술해 물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김학의 수사단의 여환섭 단장(청주지검장)이 4일 오전 서울 동부지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전 차관의 뇌물 및 성범죄와 함께 이 사건의 또다른 핵심인 청와대 수사 외압 의혹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2013년 청와대 민정라인이 경찰의 수사를 방해하고 이후 수사팀을 좌천시켰다며 당시 곽상도 민정수석(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중희 민정비서관(변호사)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수사를 권고했다.

수사단은 관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청 및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당시 경찰 수사팀 및 이 전 비서관을 불러 조사하고 곽 전 수석은 서면 조사를 실시했다.

수사단은 그러나 이를 인정할 단서가 없다며 증거 불충분으로 두 사람을 무혐의 처분했다. 첩보수집 및 수사 담당 경찰로부터 외부 압력은 없었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당시 김기용 경찰청장 사퇴를 비롯해 경찰 수사팀과 지휘라인 전보인사 역시 정권 교체에 따른 인사로 문제될 게 없는 것으로 간주했다.

무혐의 처분을 내린 두 차례의 검찰 수사가 부실하거나 봐주기 아니였냐는 의혹은 수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직무유기 혐의의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돼 수사를 통한 실체적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수사단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을 압수수색해 당시 수사자료 등을 확보하고 수사에 참여한 전·현직 검찰 관계자 8명을 소환조사 했다.

최근 과거사위가 유착 의혹이 있다며 수사를 촉구한 ‘윤중천 리스트’(한상대 전 총장·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박모 전 차장검사)에 대해서도 범죄 혐의의 구체적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수사단은 현재 검사 14명 등 30여명인 인적 규모를 절반으로 줄여 김 전 차관과 윤씨의 공소유지에 주력할 방침이다.

수사단 관계자는 “국민이 기대만큼 성과를 냈는지 모르겠지만 법리적으로 가능한 한도에서 최선을 다했다”며 “다른 고려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검토를 거쳐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