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형수 기자
2017.12.06 16:52:01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비트코인 선물상품 상장을 앞두고 전세계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당국이 국내 증권사들을 통해 직접 해외 거래소의 비트코인 선물을 거래하는 일을 금지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상화폐의 투기적 거래를 차단할 수 있다며 환영의 뜻을 보이는 반면 금융투자업계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사고 팔 수만 있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와 달리 선물을 매수함으로써 레버리지를 키울 수 있고 매도로 가격 하락에도 대비할 수 있는 선물 투자를 차단함으로써 투자 기회를 뺏고 금융당국만 책임을 회피하려한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 해외선물 거래 중개를 준비하던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증권사들과 NH선물·유진선물 등 선물사들은 전날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을 전달받은 뒤 서비스 준비를 전격 중단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특수한 상황으로 인식했다. 금융위는 비트코인 투기적 거래 위험성을 별도 상황으로 보고 비트코인 선물 거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국내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에서 파생상품 거래도 할 수 없다”고 해석하면서도 “국내에서 비트코인을 기초로 파생상품을 못 만드는데 미국에 상장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선물을 중개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고민해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가 이처럼 비트코인 선물 거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것은 이낙연 국무총리 발언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달 2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가상통화가 투기화 되는 현실”이라며 “이대로 놔두면 심각한 왜곡현상이나 병리현상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가상화폐 문제를 들여다볼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보수적인 정부 분위기 속에서 레버리지 효과가 큰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허용했을 때 투자자가 대규모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왔고 금융위는 일단 지켜보자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해외상품 중개에 적극적이었던 이베스트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오는 14일과 15일에 각각 비트코인 선물 세미나를 열고 해외파생상품 신규 고객 유치에 나설 예정이었다. CME가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한다고 발표할 당시만 해도 국내 금투업계는 CME 선물 거래를 지원하는 증권사에 해외파생상품 계좌를 만들면 거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행법상 CME에서 거래하는 선물을 국내 증권사가 중개하는 데 제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업계는 해외선물 거래를 알릴 수 있는 기회로 판단하고 발빠르게 비트코인 선물 거래 홍보에 나섰다. 비트코인 투자 열기가 높기 때문에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위한 계좌 개설이 늘고 전반적으로 해외선물 거래에 대한 인식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해외 선물계좌를 개설하면 다양한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마케팅도 가능하다. 선물 거래 특성상 레버리지 관리만 잘하면 파생상품 가격 등락과 관계없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일반투자자들은 높은 레버리지 효과에 따른 깡통계좌 인식이 강해 기존 선물거래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업계는 선물 거래가 지난 1년 동안 급등한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헤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간과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선물 거래 계좌를 개설하는 것부터 다양한 안전판을 만들어 뒀다”며 “비트코인 등락과 관계없이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는 선물 거래가 반드시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가상화폐거래소의 경우 다양한 문제가 나오고 있지만 관련 법 부재로 규제를 못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거래 투명성과 안전성이 높은 선물 거래만 막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달 12일 가상화폐 거래량이 폭주하면서 한 가상화폐거래소 서버가 1시간 이상 접속 장애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관리감독 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