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권력구조 개헌' 대선 동시 투표 제안 거부…"합의 어려워"

by한광범 기자
2025.04.07 15:42:51

우 의장 제안 조건부 수용…"5.18정신·계엄요건 강화만"
"개헌 필요·내란극복 더 중요…'권력구조'는 대선 이후"
'국회 권한 축소' 국힘과 입장차…개헌논의 진행 미지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황병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대통령 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안에 대해 조건부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다만 개헌의 가장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은 대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내란 극복이 훨씬 더 중요한 과제”라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전문 기재’, ‘계엄 선포 요건 강화’에 한정해 대선과 개헌 투표를 동시 실시를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5·18 광주 정신을 헌법 전문에 게재하는 문제, 계엄 요건을 강화해 함부로 친위 군사 쿠데타를 할 수 없게 하는 것은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이 가능하다면, 내란 종식·극복의 중요한 과제로서 곧바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분 개헌 역시도 국민투표법의 조속한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국민투표법상 사전투표가 허용되지 않는다. 헌법 개정안은 본투표일에만 할 수 있어, 사전투표하는 사람들은 개헌투표를 할 수 없다”며 “물리적으로 개헌을 하려면 이번 주 안에 개정안 처리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헌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이는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선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그 시점은 대선 이후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 의장이 필요성에 공감했던 ‘4년 중임제’를 포함해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의 국회 이관 △국무총리 추천제 △결선투표제 △자치분권 강화 등을 예시로 들며 대선 전 논의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8월 19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 대표는 “대한민국은 5년 단임제라는 기형적 제도 때문에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부터 레임덕이 시작한다. 재평가받을 기회도 없기에 국정에 안정성이 없다”며 “4년 중임제로 바꾸자는 데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이런 것들은 논쟁의 여지가 매우 크다. 실제로 결과는 못 내면서 논쟁만 격화돼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이런 복잡한 문제들은 각 대선 후보들이 국민에게 약속하고 대선 이후 최대한 신속하게 공약대로 개헌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처럼 개헌이 필요하지만 지금 당장은 내란 종식이 더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은 개헌을 통한 더 나은 민주주의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 파괴를 막고, 파괴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이날 우 의장의 제안을 수용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낡고 몸에 맞지 않는 ‘87 체제’를 넘어야 한다. 개헌은 대한민국의 국가 시스템을 새롭게 짜는 일”이라며 대선과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입장이 나온 후 언론공지를 통해 “양당 지도부가 대선 동시 투표 개헌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영한다”며 “대선에서부터 개헌이 시작될 수 있도록 국민투표법 개정부터 서두르자”고 했다. 이 대표의 조건부 수용을 확대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개헌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개헌의 가장 핵심이 되는 권력구조 개편의 포함 여부에 대해 양당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이 대표가 권력구조 개헌을 대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밝힌 반면, 국민의힘은 개헌의 목적을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 축소’에 초점을 두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우 의장의 갑작스러운 개헌 제안에 대해 성토가 이어졌다. 한 재선 의원은 “우 의장이 자기 정치를 위해 했다고 보지 않는다. 진정성을 믿는다”면서도 “일반 법률도 아닌 헌법을, 국회의원들끼리 두 달 내에 뚝딱 개정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