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檢 정조준에 친명마저 갈려…李 정면돌파 택할까

by이상원 기자
2022.12.22 17:39:20

턱 밑까지 쫓아온 李 `사법 리스크`
野 "일방적 통보…李, 응하지 않는다"
李 "尹, 정치 이렇게 하면 반드시 대가 치를 것"
당내 비명·친명마저 팽팽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법 당국을 향해 “유례없는 폭거”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국민의힘은 “국민의 엄중한 심판”이라며 소환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턱밑까지 이르자 친명(親이재명계)에서마저 결자해지 목소리가 나온 가운데 이 대표는 소환에 불응키로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경북 안동시 중앙신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성남FC 제3자 뇌물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이 대표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다. 이 대표는 성남FC 제3자 뇌물의혹 사건과 관련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며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네이버, 두산건설 등 기업들로부터 160억여 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건축 인허가 또는 토지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검찰이 이 대표의 ‘연내 기소’를 검토한 것에 따른 무리한 통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검찰 측에서)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했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증거를 더 이상 찾지 못한 것”이라며 “연내에 (이 대표의) 힘을 꺾기 위한 압박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도 이날 민생현장을 찾는 ‘국민 속으로, 경청투어’ 일정에서 검찰의 소환 통보에 불쾌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는 “이제는 무혐의 결정이 났던 성남FC 광고한 것 가지고 저를 소환하겠다고 하는데 이재명이 그렇게 무섭냐”며 “정치를 이렇게 하면 당장은 통할지 몰라도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엄포를 놓았다.

윤석열 정권을 향해서도 그는 “이재명을 죽인다고 무능함과 불공정함이 감춰지지 않는다. 가장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정권이 바로 윤석열 정권”이라고 직격을 가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일방적인 통보에 불만을 터뜨렸다. 검찰 측으로부터 전날 오후 6시께, 오는 28일 검찰 출석 요구를 받았다고 이 대표 측은 설명했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취재진과 만나 “사전 조율이나 예를 갖추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후 이날 오전 9시 무렵 팩스 한 장을 찌익 보내놓고, 보냈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즉각 검찰 소환 통보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거대 의석 방패막이 뒤에 잠시 몸을 숨겨볼 순 있어도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라며 “검찰 수사 과정상 필요 시 피의자에게 소환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소환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진 22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의 모습.(사진=연합뉴스)
검찰의 소환 통보에도 이 대표는 민생 행보에 전념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경북 안동과 울진, 강원 강릉 등지에서 ‘국민속으로, 경청투어’를 진행하기 위해 1박 2일 일정을 떠난 상태다. 이 대표의 측근은 “검찰의 프레임에 끌려다닐 수 없다”며 “검찰의 통보 하나로 일정을 마치고 복귀하는 것이 더 우습지 않느냐”고 전했다.

다만 부패 범죄 혐의와 관련, 검찰이 이 대표를 직접 정조준한 것이 처음이기에 당내에서도 이 대표를 향한 ‘비토’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한 비명(非이재명)계 의원은 “앞서 당 전체가 ‘이재명 방탄’이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시점에서 나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만큼은 당이 이 대표를 위해 나서선 안 된다는 목소리였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협의가 입증된 게 없기 때문에 이 대표가 당당하게 싸워나가길 원한다”면서도 “당이 당당하게 싸울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친명(親이재명)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앞서 무혐의가 난 사건이기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과 이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면서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취재진과 만나 “(이 대표가) 당당하게 맞서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내의 분분한 의견 속 이 대표 측은 검찰에 출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대표 측은 “이미 끝난 사안에 다시 응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경북 안동 중앙신시장을 방문해 팥죽을 맛보고 있다.(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