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인천공항 T1 면세점 발 빼는 호텔롯데, 신용도 득실은

by이명철 기자
2018.03.21 16:23:51

2020년까지 2조 임차료 절감…재무 개선에 긍정적
주력 사업장 철수로 업계 1위 지위 약화는 우려
철수 사업장 재입찰, IPO 추진 시기 등 모니터링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임대료 조정 협상에 난항을 겪던 호텔롯데(AA·안정적)가 결국 철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신용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사다. 매출에 비해 과도하다는지적이 나온 임차료를 당장 줄인 것은 재무 개선에 긍정적이지만 면세점 매출 감소와 시장점유율 축소는 부정적 요소라는 지적이다. 경쟁사들이 T1 면세점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호텔롯데 재입찰 여부도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이달 9일 인천공항 T1 면세점 사업 부분철수에 대한 인천공항공사의 승인을 받았다. 120일간 의무영업기간 후 7월 초 영업이 중단될 예정이다. 해당 사업장은 2015년 호텔롯데가 입찰에 참여해 따낸 곳으로 DF1(화장품·향후), DF3(주류·담배), DF5(패션·피혁), DF8(전품목) 4개 구역이다. 지난해부터 벌여오던 임대료 인하 협상이 결국 결렬되면서 DF3을 제외한 3개 구역 철수가 결정됐다.

이번 철수를 통해 당장 호텔롯데는 거액의 임차료 부담을 덜게 됐다. 입찰 당시 호텔롯데는 1년차(2015년 9월~2016년 8월)에는 임차료 5060억원에서 시작해 5년차(2019년 9월~2020년 8월) 1조1840억원을 내는 최소보장임차료를 제시했다. 반면 호텔신라의 경우 1년차(2680억원)와 5년차(3300억원) 차이가 크지 않다. 해가 갈수록 호텔롯데 임차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컸던 셈이다. 매출 1조1500억원을 기록하고 임차료 4500억원을 냈던 2016년에는 42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 영업손실(961억원) 폭은 더 확대되는 등 외려 전체 수익성을 깎아먹는 요인이었다. 송수범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이번 철수 결정으로 2018~2020년 기존 조건에 비해서는 약 2조원, 공항공사 인하안보다는 약 1조2000억원의 임차료를 절감할 것”이라며 “향후 수익성과 재무구조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연간 매출액이 1조원을 넘던 사업장의 철수는 롯데면세점의 사업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를 사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T1 면세점 철수 시 시장점유율이 지금보다 6~8%포인트 가량 낮아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철수 사업장을 2위 사업자 호텔신라가 차지하면 1~2위간 격차는 좁혀지게 된다. 또 T1 면세점 비중이 줄어들수록 시내면세점에 집중해야 하는데 중국 관광객 비중이 크고 사업자 경쟁이 심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호텔롯데 입장에서는 재입찰을 통해 훨씬 낮은 임차료로 T1 면세점 사업을 지속하는 게 최선의 시나리오라고 업계는 평가한다. 현재 1위인 시장 지위를 유지하면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호텔신라나 신세계 등 경쟁사들의 입찰 경쟁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 자금 확충과 현금 유입이 기대되지만 현재 면세사업 수익성 부진과 신동빈 회장 구속 등을 감안하면 연내 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박소영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면세 부문의 수익성과 현금창출력 회복 여부와 T1 재입찰 등 면세사업 운영 전략, IPO 과정 등이 주요 모니터링 요인”이라며 “면세사업 관련 정부 정책과 중국 관광객 수요 추이도 신용도에 중요한 요인을 미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