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고수·제자…80억대 '사제지간' 주가조작 일당 기소

by유현욱 기자
2017.10.19 14:46:00

지난 5년간 '상한가 굳히기' 방식 78억여원 부당이득 챙겨
일대일 과외·교재 활용 교육…제자 손실 공금으로 보전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 문성인(오른쪽) 부장검사가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서 열린 ‘상한가 굳히기’ 방식 시세 조종 일당 사건 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상한가 굳히기’ 방식으로 주가를 조종해 수십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서로 ‘사부’ ‘고수’ ‘제자’ 등으로 부르며 사제지간을 형성해 범죄 수법을 공유하는 등 범행을 조직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금융조사1부(부장 문성인)는 78개 종목의 주가를 조작해 약 8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스승’ 역할을 한 권모(43)씨 등 주범 8명을 구속기소하고 정모(41)씨 등 10명은 불구속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2년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대신정보통신 등 78개 종목 주식에 대해 1∼3일간 고가·상한가 매수 주문 등 이상 매매주문을 반복적으로 넣은 뒤 해당 주식을 매도하는 ‘상한가 굳히기’ 수법으로 78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대신정보통신은 ‘유승민 테마주’로 불리며 한때 급등세를 그렸다.

조사 결과 이들은 서로를 스승이나 제자로 부르면서 끈끈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5년간 체계적으로 시세 조종 범행을 이어갔다.

‘스승’인 권씨는 상한가 굳히기 수법을 전수했고, 제자 중 주가조작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중간관리자 격인 ‘고수’가 돼 다른 제자들에게 시세 조종 종목 선정부터 이득 실현 방법 등 일대일 과외를 했다. 상한가 굳히기 수법 설명과 권씨의 어록을 담은 교재도 만들어 교육에 활용했다.



이들은 제자가 손실을 내면 정기적으로 갹출해 마련한 공금으로 보전해주는 등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범행을 저지른 5년간 조직에서 탈퇴한 사람은 단 한 명(기소중지)에 불과할 정도로 서로의 신뢰가 깊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5개 종목의 이상매매 사실을 포착해 지난해 10월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인 테마주’ ‘중·소형주’ 등 풍문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특징이 있어 소규모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목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며 “범죄수익을 철저히 환수하고 금융시장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필리핀으로 달아난 공범 1명에 대해서는 기소중지를 결정했다.

시세 조종 조직 관계도. (자료=서울남부지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