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위협" 법률AI 징계한다는 변협…리걸테크 위축 우려
by성주원 기자
2024.09.10 15:23:33
변협, AI대륙아주 관련 징계 개시…법 위반 검토
대륙아주 징계 불복시 법무부 징계위 최종 결론
법률서비스 혁신 지연·소비자 선택권 제한 우려
율촌·바른 등 대형로펌들은 AI서비스 잇단 출시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대한변호사협회가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인공지능(AI) 기반 법률 상담 서비스 ‘AI대륙아주’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징계 결정은 국내 리걸테크(법률·기술 결합 서비스) 산업의 미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AI대륙아주 서비스가 출시된 지난 3월부터 이 서비스가 개인 변호사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이는 변협이 징계 절차를 개시하게 된 주요 배경 중 하나다.
또한 변협은 AI가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것이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무료 법률 상담을 표방한 것이 변호사 광고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변협은 이러한 행위가 ‘공정한 수임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광고 또는 부당한 염가를 표방하는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 AI 학습을 위해 사용된 가상의 질문과 답변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불거졌다. 의뢰인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변호사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결국 변협 징계조사위원회는 지난 9일 만장일치로 AI대륙아주에 대한 징계 개시를 결정했다. 이번 징계 대상에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대표변호사를 포함한 소속 변호사 7명이 포함됐다. 대륙아주 측은 “변협으로부터 조사위원회가 열린다는 통지를 받지 못했다”며 “징계 개시 사유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향후 변협 상임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징계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징계 사유와 수위가 결정된다. 그러나 대륙아주 측이 변협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최종 판단은 법무부 징계위원회로 넘어간다.
이번 징계 결정이 확정되면, 국내 리걸테크 산업 전반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AI를 활용한 법률 서비스 개발에 소극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법률 서비스 혁신이 지연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법률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또한 AI대륙아주와 같은 서비스가 제한됨으로써 저렴하고 접근성 높은 법률 상담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 역시 제한될 수 있다. 법률 서비스의 대중화와 접근성 향상을 후퇴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변협이 AI 기반 법률상담 서비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대형 로펌들은 최근 잇따라 AI 기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은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전문 지식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AI 검색 서비스 ‘AI 중대재해’를 출시했다. ‘율촌 중대재해센터 TV’ 채널의 영상 콘텐츠를 데이터 베이스로 학습해 기존 법률 관련 AI 서비스들과는 차별화된 분석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 키워드 검색을 넘어 “협력업체 안전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시스템이 뭔가요?”와 같은 일상적인 언어로 된 질문을 이해하고, 사용자의 의도를 명확하게 파악한다고 율촌은 설명했다.
법무법인 바른은 리걸테크 기업 로앤굿과 공동개발한 ‘선거법 분야 AI 챗봇’을 도입했다. 이 AI 챗봇은 “국회의원 후보자가 선거 연설을 하고 있는 연설회장에서 계란을 던졌다면 처벌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과거 판례를 언급하며 ‘계란을 던져 그 파편이 피해자에게 맞도록 한 행위가 선거의 자유를 방해한 것으로 인정됐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를 토대로 고소장 또는 민원서류 초안 작성도 가능하다. 다만 바른의 ‘선거법 분야 AI 챗봇’은 소속 변호사들의 실무를 지원하기 위한 용도로 개발한 것으로, 외부 공개 및 제공은 검토 중에 있다.
| ‘AI 중대재해’ 검색화면. 법무법인 율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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