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레고랜드 채무 상환 '투트랙'…경색 풀릴까
by권소현 기자
2022.10.19 17:49:13
트랙 1. 연내 에산편성 통해 상환대금 마련
트랙 2. 그 전에 중도개발 매각되면 대금으로 변제
"상환 구체적 계획 및 시점에 안도"
"정책적 지원에 더해 신뢰회복도 중요"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강원도가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한 춘천 레고랜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CP) 2050억원에 대해 연내 예산을 편성, 늦어도 내년 1월29일까지 상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동안 강원도는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긴 했지만 구체적인 상환 재원 마련이나 시점을 밝히지 않아 불안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강원도의 상환계획 마련을 반기면서도 불안이 잠잠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지방자치단체가 확약한 PF에서 채무불이행이 발생했다는 충격이 컸던 만큼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강원도는 레고랜드 PF ABCP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수차례 대응방안을 논의한 결과 지급보증 의무를 투트랙으로 이행하기로 했다.
우선 상환 목적의 예산편성을 연내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11월 중순 강원도의회 임시회기에 예산편성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현재 강원도의회 구성상 국민의힘 의원이 다수여서 예산안 통과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환 시점을 늦어도 내년 1월29일로 정한 것은 당초 레고랜드 ABCP가 기한이익상실 없이 만기연장됐을 경우 이 날이 본래 예정된 만기일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트랙은 앞서 고지한 대로 강원중도개발(GJC)에 대해 이달 말에 법원에 회생신청을 접수,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고 매각대금이 들어오면 이 재원으로 원금을 상환하는 것이다. 이 경우 기한 전에 상환이 이뤄질 수 있다. 이때 예산편성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불용처리된다.
연장 만기일인 내년 1월29일 전까지 GJC를 인수하겠다는 곳이 나타나지 않거나 회생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확보한 예산으로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게 된다.
이에 대해 강원도 레고랜드지원과 관계자는 “지급보증 의무를 신속하게 수행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며 “현재로서는 여러 가지 안을 놓고 논의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일부 채권자들이 건의했던 지방채 발행을 통한 예산확보 방안은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강원도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긴축재정에 나선 가운데 지방채를 또 발행하는 것은 도정 철학에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강원도의 구체적인 문제 해결 계획이 알려지면서 시장 불안이 빠르게 잦아들지 관심이 쏠린다. 가뜩이나 단기간 금리가 큰 폭으로 뛰면서 시장 유동성이 마른 가운데 지방자치단체가 지급보증한 ABCP가 기한이익상실에 빠진 게 상당한 충격으로 작용했다.
레고랜드 ABCP 기한이익상실 이튿날 하루짜리 환매조건부채권(RP) 평균 금리가 3.29%로 하루 만에 66bp(1bp=0.01%포인트) 뛰는 등 단기자금시장 불안을 시작으로 여전채, 회사채 등이 거의 소화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PF ABCP 금리가 치솟으면서 최근 모 증권사가 확약한 ABCP는 15% 수준의 금리를 제시했음에도 받겠다는 곳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 위기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 가운데 강원도의 예산편성 계획이 알려지자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강원도가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구체적인 이행방법과 시기 등을 언급하지 않아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는데 3개월 내에 상환할 경우 투자자들도 한시름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상환이 이뤄지기까지는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풀리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 전에 경색국면을 풀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PF는 채안펀드를 집행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 아예 부동산시장 안정펀드 같은 별도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시장에 퍼진 불신이 해소되는 게 먼저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자체의 확약물에 대한 신뢰가 있었는데 그게 깨지면서 이제 누가 이런 채권을 믿고 사겠나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우선은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인데 신뢰만 회복된다면 고금리 채권에 대한 수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