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두둑한 중국인, 블랙프라이데이 주축으로 부상

by김대웅 기자
2015.11.30 15:16:11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미국의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블프)’에서 중국인의 존재감이 부쩍 커졌다. 중국인 큰손들은 이번 대목을 맞아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쇼핑에 나서며 행사의 주축으로 떠올랐다.

30일(현지시간) 중국 전자상거래 전문 인터넷매체 이브룬(ebrun)은 미국에서 블프가 실시된 지난 27일 쇼핑하려는 중국인 손님들로 여러 매장들이 붐볐다고 전했다.

특히 뉴욕 맨해튼 거리의 명품 매장들이 중국인들로 가득 찼다. 명품 브랜드는 할인폭이 거의 없어 블랙 프라이데이의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지만, 적극적으로 쇼핑에 나서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매장의 실적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뉴욕 맨해튼 5스트리트에 위치한 한 백화점 풍경(사진=이브룬).
이 거리의 필수 코스로 꼽히는 루이비통 매장에도 많은 중국인이 몰렸다. 루이비통은 이번 블프에 할인 행사를 하지 않았지만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 선전에서 온 천린린씨는 1만위안(약 180만원) 짜리 가방을 2개 구입한 뒤 “신상품이라 중국에는 아직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당초 프랑스 파리에 가서 살 계획이었으나, 테러로 인해 뉴욕에 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구찌 매장에도 중국인 손님이 많았는데, 이들은 무리를 지어 쇼핑하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양손 가득히 명품 가방을 들고 있던 중국인 중년여성은 “친구를 대신해 사는 것”이라며 “세일 기간에 사지 않으면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 대량으로 구입했다”고 말했다.

26일 밤부터 블프 행사를 시작한 시카고의 오로라 프리미엄 아울렛 몰에서는 시카고대학에 재학중인 한 중국인 유학생이 친구 세 명과 밤 10시에 차를 끌고 와 쇼핑을 시작했다. 그는 “매장마다 중국인으로 가득 차 있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2년째 구매대행을 하고 있다며 중국 친구들이 블프에 세일을 많이 하는것을 잘 알고 있어 한 달 전부터 구매하고 싶은 목록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온라인 시장에서도 중국인들의 영향력은 막대했다. 아마존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업체들은 중국 ‘하이타오족’(海淘族·해외직구족) 모시기를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아마존차이나는 아마존 본사와 함께 전세계 10여개 국가의 400여개 상품을 중국 소비자에 최저 할인가격으로 판매한다고 선언했고, 미국 메이시, 블루밍데일 등 유명 쇼핑몰과 백화점들은 알리페이 결제를 도입해 하이타오족 공략에 나섰다.

중국의 한 시장분석기관 전문가는 “알리바바 광군제 등으로 중국인의 쇼핑 문화에 대한 해외 업체들의 인식이 달라졌다”며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