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반쪽자리' 코로나19 독립선언

by이준기 기자
2021.07.05 17:00:21

델타 변이 확산에 "코로나 완파 안 돼"
독립기념일까지 ‘70% 접종’ 목표 미달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 사진=AP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를 맞아 “미국이 돌아오고 있다고 우리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미국이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방어했다고 자평했다. 코로나19 독립선언을 할 것이란 일각의 관측과는 거리가 있는 발언이다.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발(發) 유행 공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CNN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완파되지는 않았으나 이 바이러스가 우리의 나라를 마비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의 힘으로 다시는 그러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렇게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예방 접종에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사망한 미국인 60만명에 대해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백악관 개방과 불꽃놀이 등이 이뤄진 이날 행사엔 군인·필수 노동자 가족 등 1000여명이 초대됐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백악관이 연 최대 규모 행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19 사태가 누그러지면서 올해 독립기념일 행사가 거의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고 썼다. 다만, 영국 가디언은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주 아파트 붕괴 참사 탓에 올해 역시 우울한 분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짚었다.



앞서 이날 행사가 코로나19 사태를 딛고 정상적 삶으로의 복귀를 선언하는 자리로 주목받으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와중이어서 국민 건강보단, ‘정치적 목표’에 기댄 결정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람은 전체 감염자의 25%에 달한다. 그럼에도, 이날 초청자들은 행사 사흘 전까지 코로나19 감염 여부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백신 접종이나 마스크 착용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CNN은 전했다.

더구나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초 공언한 ‘독립기념일까지 미 성인의 70%에 최소 1회의 백신 접종’ 목표도 불발된 상태다. CDC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미국의 18세 이상 성인의 67%가 최소 1회 백신을 접종했고, 완전히 접종을 마친 성인은 58%에 불과했다. 전체 50개 주(州) 가운데 이 목표를 채운 주는 18개 주에 그쳤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은 최근 “이 목표를 채우려면 수 주가 더 걸릴 것”이라며 특히 18∼26세 성인의 접종이 큰 과제라고 우려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