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검사 종결 명목’ 라임서 5천만원 챙긴 브로커 실형
by박순엽 기자
2020.10.15 14:48:32
법원, ‘알선수재 혐의’ 엄모씨에 징역 1년6개월 선고
“공소사실 모두 인정…죄질 나쁘고 5천만원 적잖아”
여권 인사와 가까운 관계라고 주장하며 범행 저질러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에게 금융감독원 검사를 일찍 끝나게 해주겠다며 금품을 받아 챙긴 브로커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 이환승)는 1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엄모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엄씨는 이 전 부사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행위로 구속됐고,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면서 “엄씨는 자신이 청탁과 알선을 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죄질이 나쁘고 5000만원은 적지 않은 액수”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엄씨는 지난해 9월 금감원 검사를 조기에 종결해주겠다면서 금감원과 금융위원회 관계자 등에 대한 청탁·알선 명목으로 이 전 부사장에게서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6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엄씨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5000만원을 구형했다.
엄씨는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이 전 부사장에게 돈을 받은 사실 등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청탁·알선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날 선고에선 엄씨가 실제로 금감원을 방문하는 등 라임 조사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엄씨는 라임에서 돈을 받기 전 라임에 대한 조사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금감원을 방문한 사실이 있다”며 “담당 국장 등을 면담하고 라임에 대한 조사 계획을 공유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오히려 사전에 (청탁 등) 일을 하고 난 후 금전 욕심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엄씨는 또 금감원과 라임 측에 자신이 여권 인사들과 가까운 관계라고 소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엄씨는 이 전 부사장에겐 한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제특보라고 했고, 금감원에는 한 국회의원의 정무특보로 기재된 명함을 제시했다”며 “진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정치적 배경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금전적 이득을 취득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