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전셋값 상승세 줄었다?…딴 나라 정부인가
by강신우 기자
2020.10.14 15:30:27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전셋값 상승요인 면밀히 점검하겠다. 다만 기존 임차인 주거안정 효과 나타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항간에는 치솟는 전셋값 등 불안한 주택시장을 안정화할 추가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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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추가대책은 없었다. 다만 희망적인 평가는 있었다. 홍 부총리는 “(임대차 3법 등) 제도가 정착될 경우 기존 임차인의 주거안정 효과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집값 역시 장밋빛 전망이다. 현 주택시장을 ‘보합 안정세’로 봤다. 홍 부총리는 “투기수요 근절과 실수요자 보호라는 정책 목적이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시장 분위기는 완연히 다르다. 비(非) 강남권에서도 전용면적 84㎡ 아파트 전셋값이 10억원을 웃돌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최근 실거래 신고된 10억 전셋집은 자치구별로 성동구 2건, 양천구 2건, 광진구 2건, 마포구 2건, 영등포구 1건, 동작구 1건 등이다.
수급 불균형에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에서도 10억 전셋집이 곧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는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세입자 10여명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우선권을 얻기 위해 제비뽑기나 가위바위보를 하는가하면 면접까지 봐야한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34~50㎡의 소형 면적으로 구성된 대단지다. 전세난으로 올해 초 전용 50㎡기준 2억9000만원이던 전셋값이 이달 초 3억3500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같은 현실에 울분을 토하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폭등한 집값, 구름 위의 전셋값, 서민 살 곳은 온데간데 없어졌다”고 한탄했다.
현실은 이러한데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화라는 희망고문만 하는 모양새다. 홍 부총리 자신 역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는 처지에서 전세시장이 안정화할 것이라는 발언은 모순적이기까지 하다. 온라인 부동산커뮤니티 등에서 ‘딴 나라 정부’라는 말이 나온다. 현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말 잔치만 하는 정부를 비꼬는 이야기다.
홍 부총리는 이날 회의 마무리 발언으로 “이번만큼은 부동산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정부 의지가 매우 확고하다는 점을 강조드린다”고 했다.
지금의 주택시장은 여전히 불안한데 “안정됐다”거나 “안정될 것”이라는 말에서 신뢰를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