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를 사랑했던, 약자의 벗' 故 노회찬 원내대표…영원히 잠들다
by박경훈 기자
2018.07.27 11:50:16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27일 국회서 영결식
문희상 "실감 나지 않는다, 믿고 싶지 않다"
이정미 "'투명인간'을 위해 함께 나아가야"
세브란스→국회→정의당사 거쳐 마석 모란공원 영면
|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고 노회찬 의원의 영결식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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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이분(6411번 버스의 첫차를 타는 청소노동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한 달에 85만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이 진보정당, 대한민국을 실제로 움직여온 수많은 투명인간들을 위해 존재할 때, 그 일말의 의의를 우리는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2012년 진보정의당(현 정의당) 당 대표 수락 연설 당시)
노동자를 사랑했던, 약자의 친구였던 노 원내대표가 영면에 들어갔다. 노 원내대표의 영결식이 27일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장의위원장)과 여야 원내대표, 각계 각층 인사, 시민 등 1000여명 참석한 가운데 국회장(葬)으로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에서는 문 의장이 영결사를,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심상정 의원 등이 조사를 낭독했다. 고인은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 뒤 장지인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영면에 취한다.
이날 오전 9시 30분 신촌 세브란스 병원을 출발한 운구차는 20여분을 달려 고인이 생전 정치 활동을 펼쳤던 국회를 마지막으로 들렸다. 문 의장은 영결사를 통해 “둘러보면 의원회관 입구에서, 본청입구에서 노회찬 의원의 모습이 보일 듯 하다”면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 믿고 싶지 않다”며 그를 그리워했다.
| 이정미정의당 대표가 27일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고 노회찬 의원을 떠나보내며 오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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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조사를 읽어 나갔다. 이 대표는 “노회찬을 잃은 것은 그저 정치인 한 명을 잃은 것이 아니다”며 “약자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민주주의의 가능성 하나를 상실한 것”이라고 슬퍼했다.
이어 그는 “6411번 버스를 타고 강남의 빌딩으로 출근하는 여성노동자들은 진보정당에서조차 투명인간이었다”고 반성했던 고인을 떠올리며 “한국 정치가 너나없이 투명인간으로 취급해 온 일하는 사람들, 소수자들, 약자를 향해 이제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조사도 이어졌다. 심 의원은 “우리 사이의 침묵은 이심전심이고 믿음이며 위로였기에, 지금껏 그래 왔듯 그저 침묵으로 기도하면 될 줄 알았다”며 고인의 마지막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노회찬 없는 진보정당은 상상할 수도, 가능하지 않다”면서 “앞으로도 노회찬과 함께 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 중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연신 울먹거렸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영결식을 마친 노 원내대표의 운구차량은 여의도 정의당 당사를 들린 뒤 화장을 거쳐 전태일·문익환·김근태 등 민주화 인사가 잠든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영면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