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해외펀드 첫날 110억 판매…"무난한 출발"

by이재호 기자
2016.03.02 16:27:28

"하루에 새 계좌 5000개 이상 개설은 긍정적"
"일평균 해외펀드 판매액 30% 수준" 지적도
글로벌 증시·은행권 행보가 실적 좌우할 듯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비과세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 출시 첫날인 지난달 29일 하루동안 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으며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판매 실적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견도 많아 흥행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좀 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비과세 해외펀드 판매가 시작된 지난달 29일 신규 계좌는 5267개 개설돼 110억원이 유입됐다. 판매사별로는 증권이 62억1000만원(2976개)으로 가장 많았고 은행은 47억6000만원(2238개)을 모았다. 보험·직판 실적은 2000만원(53개) 수준에 그쳤다.

첫날 판매 실적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계좌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불편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5000개 이상의 신규 계좌가 개설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비과세 해외펀드에 몰린 110억원은 전거래일인 26일의 해외주식형펀드 유입액 107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제도에 대한 생소함과 다소의 불편함이 존재했던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모집액 자체가 기대 이하였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3개월 동안 증권사와 은행, 보험사의 하루 평균 해외펀드 매출액이 350억원 안팎이었던 만큼 비과세 해외펀드 판매 실적이 두드러진 것은 아니다”며 “그리 나쁘지 않지만 좋다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향후 판매 추이를 예단하기도 어렵다. 글로벌 증시 여건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005940) GS타워WMC의 이혜영 PB팀장은 “세제 혜택이 있어도 결국 플러스 수익을 기록해야 하는데 현재 20% 이상 손실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기는 어렵다”며 “내년 말까지인 가입기간 후 펀드 교체가 불가하고 만기에 자동 환매되는 방식 등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전했다.

결국 은행권의 판매 의지가 실적 확대를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등 산적한 현안이 많이 비과세 해외펀드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글로벌 투자 환경을 모니터링하면서 판매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