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불법 자전거래’ 전면 조사…KB증권 “불법 아냐‘
by최훈길 기자
2023.05.23 19:43:35
‘채권 돌려막기’ 의혹 KB·하나증권 검사
빙산의 일각일 수 있어 조사 대상 확대
KB증권 “계약보다 긴 운용, 불법 아냐”
[이데일리 최훈길 김보겸 기자] 금융감독원이 ‘불법 자전거래’ 의혹 등에 대해 증권사들에 대한 전면 조사에 나선다. 고객에게 단기 안전자산에 투자한다고 해놓고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불법 영업을 저질렀고, 이 과정에서 ‘불법 자전거래’를 했다는 의혹이다. 의혹을 받고 있는 KB증권은 불법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증권사의 일임형 자산관리 상품인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 운용 실태에 대한 검사에 돌입했다. 금감원은 KB증권, 하나증권을 시작으로 다른 증권사들에 대한 검사에 나설 예정이다.
KB증권은 머니마켓랩(MMW) 등 랩어카운트 상품을 판매하고 자산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불법 영업 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KB증권이 ‘3개월짜리 안전 자산에 투자하겠다’고 안내해 받은 법인 고객 자금을 만기 1·3년 여신전문금융채에 투자한 의혹, 만기가 도래했거나 중도 해지를 요청한 고객에게 새 고객에게 받은 자금을 내주는 돌려막기식 영업을 한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아울러 금감원은 KB증권과 하나증권의 ‘불법 자전거래’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KB증권은 하나증권에 있는 KB증권 신탁 계정을 이용했고, 이 과정에서 자사 법인 고객 계좌에 있던 장기채를 평가손실 이전의 장부가로 사들이는 ‘불법 자전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른바 파킹 거래에 대한 검사도 착수된다. 채권 거래를 할 때 장부에 곧바로 기재하지 않고 일정 시간 보관(파킹)하도록 한 뒤 결제하는 불법을 저질렀는지가 중점 검사 대상이다. 거래를 숨기고 있다가 금리가 내려 채권 가격이 오를 때 장부에 기록하면서, 수익률을 ‘뻥튀기’하는 증권사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관련해 KB증권은 “계약 기간보다 긴 자산으로 운용하는 미스매칭 운용은 불법이 아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KB증권은 23일 입장문을 내고 “자본시장법에서는 수익자가 동일인인 경우의 계좌 간 거래는 자전 거래를 인정하고 있다”며 “새로운 고객 자금이 입금되는 경우에는 직전 고객의 자산을 이전하는 것이 아닌 운용자산을 시장에서 매수해 대응한다”고 밝혔다.
KB증권은 “손실을 덮을 목적으로 타 증권사(하나증권)와 거래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KB증권은 “지난해 9월 말 레고랜드 사태로 시중금리가 급등하고 기업어음(CP) 시장 경색이 일어나면서 고객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시장유동성 공급을 위한 거래를 진행했다”며 “11월 말에서 12월 초 해당 거래를 통해 유동성을 지원했다”고 전했다.
KB증권은 “회계법인과의 논의를 통해 CP를 장부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했으며 이때 평가 손실을 인식했다”며 “시기적으로 되돌아보면 손실을 덮거나 고객의 손실을 받아줄 목적의 거래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KB증권은 “유동성 지원 기준을 세워 중소형 법인 위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며 “단기 자금 유동성 문제로 급여 지급이나 잔금 납입 등이 어려운 경우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상품 가입 시 만기 미스매칭 운용전략에 대해 사전에 설명했으며 고객 설명서에 계약기간보다 잔존 만기가 긴 자산이 편입돼 운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 고지돼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