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 날개 단 SK이노, 공격적 투자로 배터리 '세계 1위' 노린다
by경계영 기자
2021.09.16 16:41:51
주총 통과…내달 SK배터리·SKE&P 공식 출범
18조 투자에도 속도…공격적 추가 투자 전망도
"수주 늘고 있어" 설비 증설 예고
SK이노, 미래 성장동력 위해 R&D·M&A 주력
SKE&P도 CCS 사업화…친환경으로 사업 전환
[이데일리 경계영 박순엽 기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이차전지) 사업이 세계 1위로 도약하기 위한 닻을 올렸다. 16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 SK이노베이션(096770)의 100% 자회사로 물적 분할하는 안건이 통과되면서다. 2025년까지 배터리 사업에 18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며, 공격적인 추가 투자와 빠른 시장 공략도 기대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번 분할로 배터리 사업의 독립법인 체제를 정착해(기업공개 등이) 필요한 때 언제든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는 동시에 투자 재원 조달을 위한 유연성을 확보했다”며 “7월 선언한 대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탄소에서 친환경으로(Carbon to Green) 혁신하겠다는 비전을 실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임시 주주총회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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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임시 주총에서의 의결로 배터리 사업은 다음 달 1일 ‘SK배터리’(가칭)로 새로 출범한다. 특허청에 현재 출원된 상표권을 고려했을 땐 ‘SK온’(on)과 ‘SK배터러리’(Betterery), ‘SK넥스트’(NEXT) 가운데 사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SK배터리가 보유한 수주잔고만 1000GWh(1TWh)에 이른다. 세계적으로 1TWh 이상을 수주한 배터리 제조사는 LG에너지솔루션·중국 CATL 등 3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30조원 수준이며 전기차 1500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기도 하다.
대규모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장한다. 김준 총괄사장은 “수주가 지금도 늘고 있어 당초 계획한 것보다 생산능력을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생산능력을 현재 40GWh이지만 2023년 85GWh→2025년 200GWh 이상→2030년 500GWh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SK배터리는 이번 분할로 생산능력 확장 등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데 있어 기업공개(IPO)는 물론 전략적·재무적 투자자 유치, 합작, 파트너링 등으로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 가속화와 경쟁력 향상도 좀 더 빨라질 전망이다. 공격적 투자로 2025년 세계 3위, 2030년 세계 1위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SK그룹 계열사도 배터리 소재 사업에 뛰어들면서 SK배터리의 가치사슬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리막(LiBS)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는 2025년 생산능력을 40억㎡로 증대할 계획이며 SK머티리얼즈와 SK㈜는 실리콘 음극재를 시작으로 차세대 양·음극재, 전해질 등으로 소재 사업을 확대한다. SKC(011790)도 투자사 SK넥실리스의 동박 사업 외에도 양·음극재 등 사업화를 검토하고 있다.
김 총괄사장은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배터리 관련 생태계가 단단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룹 내 다른 계열사가 배터리 연관된 사업을 하는 것이 생태계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분할 이후 회사 자체 가치를 끌어올릴 방안을 친환경 사업에서 찾는다. 김준 총괄사장은 “(자회사가 상장했을 때 지주회사 가치가 떨어지는) 지주사 할인 이슈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 창출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대체할 사업으로 먼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BMR)을 점찍었다. 업계에서 폐배터리에서 니켈·코발트·망간을 추출하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했지만 SK이노베이션은 고순도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독자 기술로 차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한 특허만도 총 54건이다.
SK이노베이션은 연말 BMR 사업을 시험하는 공장을 가동하고, 2024년 말부터 상업 가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2025년엔 배터리 연간 30GWh를 재활용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3000억여원을 내겠다는 목표다. 이외에도 새 사업을 발굴하고자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등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배터리 사업과 함께 별도 법인으로 분할된 석유개발사업(E&P) 부문은 10월1일 ‘SKE&P’(가칭)로 설립돼 석유개발 생산·탐사 사업과 탄소포집·저장(CCS) 사업을 맡는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사업인 CCS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CCS는 대기에 있는 이산화탄소와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모아 땅속에 묻는 기술로, 차세대 친환경 기술 중 하나다. 업계에선 보통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장소로 생산이 종료된 유전, 가스전을 이용하고 있어 SK이노베이션이 그동안 축적해온 유전 개발 기술과 역량이 CCS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