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아마존에 도전장…국내 클라우드 시장 공략 본격화
by한광범 기자
2019.04.18 15:22:30
AWS·MS, 80% 장악…네이버 "맞춤형 서비스로 차별화"
공공·금융, '데이터주권'·'특화 서비스'로 선점목표
'매년 2배 성장' 목표 제시…"기술은 글로벌급" 자평
[춘천=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네이버(035420)가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IT기업들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선언했다.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해 공공과 금융 시장에 집중하며 토종 기업의 자존심을 살린다는 복안이다.
네이버의 클라우드 자회사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은 18일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데이터센터 ‘각’에서 진행된 테크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올해 사업방향을 소개했다.
출범 2년 동안 상품·기술 경쟁력을 높이며 체급 키우기에 주력했던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은 올해부터 국내 시장을 장악한 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방침이다. 박원기 NBP 대표는 “올해부터 사업을 많이 확장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며 “공공이나 금융 부분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하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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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국내 퍼블릭(공개형) 클라우드 시장 규모를 올해 2조3000억원, 2020년 20조7000억원, 2022년 3조7000억원으로 예측해 연평균 19%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시장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풍부한 IT 인프라 등의 영향으로 시장 성장성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국내 공공·금융분야 클라우드 시장 개방 조짐을 보이자 글로벌 IT 기업들의 한국 시장 공략도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8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세계 최대 IT 기업인 구글이 내년 초부터 서울에 데이터센터를 가동한다고 밝힌 상태다.
글로벌 기업들은 고객사들과의 직접 소통이 부족하고 장애 발생 시 대응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것이 NBP의 분석이다. 박 대표는 “이미 만들어놓은 플랫폼이나 서비스를 잘 쓰도록 하는 수준에서 지원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달리 네이버는 고객이 원하는 걸 잘 만들어줄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발자와 엔지니어가 한국에 있는 한국인이어서 고객사와 바로 연락할 수 있다 NBP 개발자가 고객사 개발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 장애 발생 시에도 엔지니어를 직접 연결해 도와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 서비스 대응도 글로벌 기업들은 모두 유료지만 우린 모두 무료”라고 부연했다.
박 대표는 이 같은 고객 서비스가 사업적으로 비효율성을 띄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후발주자 입장에선 이미 시장을 장악한 AWS·MS 등이 하는 대로 할 수는 없다”며 “희생과 노력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초기엔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는 것은 맞지만 성장을 위해선 그런 투자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박원기 NBP 대표가 18일 강원도 춘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에서 열린 테크포럼에서 올해 사업 구상을 밝히고 있다. (사진=네이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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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P는 올해 SK텔레콤 바로 서비스, PUBG 배틀그라운드 등 그동안 구축한 대형 고객 사례를 필두로 민간 시장 점유율을 계속 넓혀나가는 동시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이 개방되는 공공과 금융시장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토종 플랫폼으로의 장점을 극대화 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나는 방침이다.
한상영 NBP 리더는 “공공과 금융시장은 의료 분야와 함께 민감 정보를 담고 있어 네이버 클라우드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라며 “여기에 더해 보안과 데이터주권 측면에서의 접근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해 그동안 많은 준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대부분 국가가 데이터주권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우리도 공공·금융·의료 분야 등에서 데이터주권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NBP는 공공분야 클라우드 시장 공략을 위해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 중 최다 보안인증을 확보했다. 또 공공기관용 클라우드 포털을 별도 운영해 엄격한 공공기관 심의 요건을 충족했다. 최근엔 공공기관용 상품 10종을 한 번에 산보이기도 했다. 현재 한국은행·코레일·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의 공공기관이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분야 클라우드 시장 공략을 위해 코스콤과 함께 ‘금융 특화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하고 상반기 내에 서울 여의도에 ‘금융 클라우드 존’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장애에 민감한 금융 서비스 특성을 고려해 금융 클라우드에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고객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NBP 측은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이 글로벌 최고 수준의 보안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했다. 미국 CSA(Cloud Security Alliance) STAR Gold 등급 인증 요구사항에 대한 검증을 마쳤고 국제 표준제정기구인 BSI(British Standards Institution) 표준 요구사항을 만족했다. 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 중 최다인 14개의 보안 인증을 획득했다.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은 2017년 4월 출범했다. 출시와 함께 20여개 기본 인프라 상품을 내놓은 것을 비롯해 지난 2년 동안 매월 5~6개의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서비스 개편 초기 6개 카테고리의 22개 상품이 현재 15개 카테고리 119개 상품으로 확장됐다. NBP 측은 “상품 구성과 기술력 측면에서는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와 견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NBP는 현재 고객사가 6000곳 내외라고 밝혔다. 이중 한국기업이 90%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올해부터 ‘매년 매출과 고객 수 2배 성장’을 목표로 삼았다. 박 대표는 “지난해 NBP는 84% 성장했지만 그 정도의 성장세로는 AWS 등 글로벌 기업들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 같은 목표치를 잡았다”며 “향후 3~4년 내에 한국 시장을 지켜낸 후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사진=네이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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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세계적 수준의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클라우드 플랫폼 사업에서 데이터센터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네이버는 2013년 6월 국내 IT 기업 최초로 강원도 춘천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사용자가 만든 데이터는 영원히 후대에 전해져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합천 해인사의 ‘장경각’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로 데이터센터 이름을 ‘각’으로 명명했다.
데이터센터 ‘각’은 진도 6.5 이상의 지진, 홍수, 태풍, 화재 등 천재지변에서도 거뜬히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전력 공급이 단절되거나 공급 전원 정전이 발생할 경우 최대 72시간 동안 자체 전력 생산이 가능한 설비도 갖추고 있다. 한국 전통 요소를 반영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2017년 영국 유력 IT전문지 ‘데이터센터다이내믹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아름다운 데이터센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네이버는 추가적으로 용인에 ‘각’보다 6~8배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박 대표는 “네이버가 현재의 사업을 유지한다고 해도 매년 15%의 데이터가 증가해 ‘각’만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새로운 데이터센터가 건립되면 긴 시간 동안 더 안정적이고 빠르게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