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조소프라노 이아경 "빽 없는 성악도 희망 보여주고파"

by김미경 기자
2015.12.03 13:41:25

데뷔 20년 기념콘서트 기자간담회 열어
한국서 공부 순수 국내파 무대로 꾸며
카르멘 리골레토 20년 최고 레퍼토리 구성
박미자 김문희 등 20~50대 세대 협연

메조 소프라노 이아경 경희대 음악대학 성악과 교수가 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올해 데뷔 20주년 기념콘서트 ‘크리스마스 인 러브’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쿠 컴퍼니).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저처럼 빽 없는 성악도들이 한국에서 공부하더라도 충분히 세계적 음악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까이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대한민국 대표 메조 소프라노 이아경 경희대 음악대학 성악과 교수가 올해 오페라 데뷔 20주년을 맞아 기념콘서트를 연다. 국내서 공부하고 데뷔한 순수 국내파 음악인들 가운데 내로라하는 성악가들과 함께다.

이아경 교수는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20주년 무대는 나 혼자만의 축제가 아니라 그간 함께 활동한 선·후배, 동료 성악가는 물론 관객과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며 “과거 20년을 이렇게 살았다는 무대보다 이후 20년을 어떻게 보내겠다는 다짐의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 일찌감치 그 실력을 인정받아 해외 무대에 선 토종 국내파 성악가로 손꼽힌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뒤늦게 성악에 입문한 뒤 1995년 경희대 대학원 재학중 25살에 국립오페라단 무대를 통해 데뷔한 이 교수는 한국인 최초로 벨리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쥔 신예였다. 메조 소프라노로는 세계 유래 없이 모나코, 비오티 발세시아, 라 스페지아, 베네치아 등 이탈리아 6개 대회를 석권한 주역이기도 했다.

세계 주요 극장에서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이 교수는 국내로 눈을 돌렸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해외 유수의 극장과 에이전시에서 많은 제안을 받았지만 한국은 내게 데뷔 기회를 준 ‘고마운 무대’였다.음악이 꼭 화려함만 있는 게 아니고 진지하고, 소박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학을 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충분히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는 2010년 모교인 경희대 교수로 임용된 후 꾸준히 해외 무대에 서는 등 후학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오는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여는 이번 무대는 이 교수가 20년 간 활동했던 오페라 중 최고의 레퍼토리만 모았다. 정통 오페라서부터 가곡, 캐롤에 이르기까지 친숙하고 다양한 아리아로 꾸며질 예정. 여기에 지휘자 서희태, 오페라 연출가 이의주, 소프라노 박미자·오미선·강혜정·김문희·박수진과 테너 이영화·나승서·이재욱·김동녘, 바리톤 강형규·한명원이 의기투합했다.

20~50대를 아우르는 신인부터 중견, 원로 성악가들이 함께 하는 협업 무대로 꾸몄다.오페라 카르멘의 ‘투우사의 노래’, 일 트로바토레의 ‘대장간의 합창’, 라 보엠 ‘내 이름은 미미’, 리골레토의 ‘여자의 마음’ 등을 2부에 걸쳐 들려준다.

서희태 지휘자는 “고음 개발에만 집중한 성악가 중 중도 포기한 사람을 많이 봐왔다. 이아경 교수는 음역의 폭이 넓다. 풍부한 성량과 소리의 색깔이 좋은 가수다”고 칭찬했다. 이 교수도 “오페라 무대에서 소프라노가 주목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메조의 강점은 인간적인 울림이 많은 소리를 갖고 있다. 인생에 경험이 많이 묻어나는 역할을 한다”고 귀띔했다.

“이번 콘서트는 내게 깨달음을 준 동료들과 20년 이후를 다지는 무대가 될 거다. 연주자로써 나태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는 교육자로 꾸준히 노력하는 음악가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