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대국 印·中, 미국 IT 러브콜 대결 펼친다

by김인경 기자
2015.09.23 16:12:12

모디, 포춘500 CEO와 만찬..시진핑, 글로벌 IT CEO 면담
경제개발속도 둔화에 굴뚝사업 벗어나 IT 사업 유치 안간힘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글로벌 경제 신흥대국인 인도와 중국이 이번엔 미국을 놓고 러브콜 경쟁에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를 향해 구애 행보를 보이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내로라 하는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과 회동을 준비중이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24일부터 3박4일간 미국을 방문한 모디 총리는 뉴욕에서 포드자동차, 록히드마틴, 퀄컴, 듀폰, 펩시 등 포춘 500 주요기업 CEO와 만찬을 갖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주요 외신들이 22일 보도했다.

모디 총리는 이어 26일에는 IT의 요람인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실리콘밸리를 찾아 구글과 테슬라의 주요 시설을 둘러보고 팀 쿡 애플 CEO 등과 이야기도 나눌 예정이다. 현재 모디 총리는 팀 쿡 CEO에게 아이폰을 인도에서도 생산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인도 스타트업 기업들에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마련한 ‘인도-미국 스타트업 커넥트’행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모디 총리는 27일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면담을 하기로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보다 한 발 앞서 움직이고 있다. 이미 22일 미국에 도착한 시 주석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州) 시애틀로 이동했다. 이어 시 주석은 23일 스타벅스, 보잉 등 미국 대표기업인들과 만날 예정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를 이끄는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 중국 검색업체 바이두(百度)의 리옌훙(李彦宏) CEO도 시 주석을 보좌하는 ‘경제사절단’으로 함께 한다.

인도와 중국 정상이 너나할 것 없이 미국 IT업계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둔화 되는 경제성장세 때문이다. 이제까지 싼 임금과 풍부한 노동력으로 외자를 유치했던 두 나라지만 임금이 오르고 중진국으로 성장하자 노동집약적 산업만으로는 경제를 이끌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미국의 첨단 IT를 빌려 새로운 제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메이드 인 차이나 2025’(Made in China 2025)를 내세우며 IT 제조업 강국을 꿈꾸고 있다. 인도 역시 지난해부터 제조업 활성화 캠페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를 내걸고 디지털 육성과 스타트업 기업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자본을 유치하고 수준 높은 IT 기술을 배우는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도 절실하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부터 미국 재계 지도자들과 꾸준히 교류하고 있으며 이미 고무적인 결과가 나온 바 있다”며 이번 만남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다만 국가 정상들이 나서도 환경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미국 기업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시 주석이 참여한 만찬 자리에서 존 프리시 미·중 기업협의회 회장은 “중국의 경제개혁은 여전히 미국기업에게 미미하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등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