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1달… 행정명령 66개 서명·공약 절반 이상 착수

by방성훈 기자
2025.02.20 14:06:44

포고·각서 등 행정조치 서명 100개↑…공약 이행 50%↑
1기 경험 토대 ''충성'' 내각 구성…취임 전부터 준비
중간선거 포석 의도도…"지지층 선호 공약 초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만에 공약의 절반 이상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1기 정부 때의 경험을 토대로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충성’ 인사들로 내각을 채운 것도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갈 수 있는 배경으로 꼽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19일(현지시간) 미국 팩트체크 사이트인 ‘폴리티팩트’(PolitiFac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내걸었던 75개 공약 가운데 17개가 현재 진행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관세 및 경제, 이민, 연방정부 개혁, 에너지·환경, 대외 원조·지원, 외교·안보,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등과 관련된 공약들이 이에 해당된다.

약속을 지켜 완료된 공약은 파리기후협약 탈퇴, 1·6 의사당 난입 가담자 및 로스 울브리히트 ‘실크로드’ 창립자 사면 등 총 3개로 집계됐다. ‘출생시민권’ 폐지 공약은 미 법원에 의해 중단된 상태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도 취임 후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공약은 약속을 어긴 것이 맞지만, 실질적으로는 진행중이라는 진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은 기관 및 언론마다 각각 다르게 분류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31개 공약 중 16개가 착수 상태이며, 1개가 완료됐다고 추산했다. AP통신은 진행중인 공약이 9개, 완료된 공약이 4개, 복잡한 상황에 놓인 공약이 3개라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공약 이행 수단은 행정명령(executive order), 대통령 포고(proclamation·선언문), 각서(Memorandum) 등 이른바 대통령 행정조치(Presidential Actions)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만에 100개 이상의 행정조치에 서명했으며, 이 가운데 행정명령이 66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과거) 대다수 정권이 4년 동안 달성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한 달 만에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공약 이행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 1기 정부 때의 경험 덕분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인물들로 2기 내각을 채워 취임 전부터 미리 철저하게 공약 이행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견고하게 다지려는 정치적 의도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현재는 백악관과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한 이른바 ‘트리플 레드’ 상태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초반 2년 동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다수당이 바뀔 수 있다.

앞서 1기 정부 시절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민주당에 내준 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후반 2년 동안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을 빚었다. 한 달 동안 이행된 공약 대부분이 미국 보수 계층이 선호하는 공약들로 채워진 배경이다.

닛케이는 “임기 초반에는 지난해 미 대선 승리를 뒷받침한 지지층에게 보답하기 위한 정책들에 초점을 맞추고, 이후에는 중간선거 승패의 열쇠를 쥐고 있는 무당층을 의식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