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움트고 자란 '하이러닝' 이제는 세계로

by황영민 기자
2024.12.24 16:02:12

■세계가 주목한 경기교육, K-EDU 현 위치는③
경기도교육청 개발 AI 교수·학습 플랫폼
학생 개인별 맞춤형 학습 성장, 교사 수업설계 지원
경기도민 62% ''학습격차 해소에 효과'' 긍정 답변
유네스코 국제포럼 참가한 세계 각국 도입 문의
메타버스 플랫폼, 교사역량 강화로 영역...

[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Amazing!” 지난 3일 수원시 영통구 산의초를 방문한 엘리사 게라(Elisa Guerra) 유네스코 국제미래교육위원에게 디지털 교육 현장 참관 소감을 묻자 나온 첫 마디다.

지난 3일 ‘2024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국제포럼’에 참가한 세계 각국 교육 전문가들이 수원시 영통구 산의초에서 하이러닝을 활용한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사진=경기도교육청)
멕시코 출신 교사이자 필라델피아 밸리 학교의 국제네트워크 설립자인 그는 2015년 미주개발은행의 ‘라인 아메리카 최고 교육자’로 선정된 바 있는 국제적 교육 전문가다. 유네스코가 발간한 ‘교육의 미래’ 보고서 작성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엘리사 게라 위원은 이날 ‘2024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국제포럼’ 행사의 일환으로 산의초의 ‘하이러닝’ 수업 현장을 본 뒤 “한국은 정말 매우 놀랍고(Amazing), 감동적(Inspiring)이다!”라며 극찬을 쏟아냈다.

그는 “몇십 년 전만 해도 멕시코와 한국의 교육 수준은 거의 비슷했다”면서 “그런데 지금 한국의 교육, 경제, 디지털 학습 수준은 매우 급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한국이 어떻게 이걸 이뤄냈는지 정말 알고 싶고, 멕시코도 한국처럼 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하이러닝 실행 첫 화면.(사진=경기도교육청)
경기도교육청이 개발한 AI 기반 교수·학습 플랫폼 ‘하이러닝’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AI디지털교과서에 앞서 하이러닝을 통한 디지털수업을 선도한 경기교육은 이달 초 국제포럼을 통해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더해 경기도교육청은 1섹터 학교를 중심으로 2섹터 경기공유학교와 3섹터 경기온라인학교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공교육 대변혁을 추진 중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취지다. 이르면 내년 말 공개될 경기온라인학교에 앞서 국내외 디지털 교육의 선행모델이 된 하이러닝의 시작과 현재를 톺아본다.

하이러닝은 민선 5기 경기도교육청 기조인 ‘자율·균형·미래’ 중 미래 파트를 대표한다. 명칭은 지난해 교육청이 진행한 공모에서 한 학생이 제안한 △참여학습(Hi learning) △성장학습(High learning) △융합학습(Hybrid learning)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이러닝은 학생 개인 성장을 맞춤형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데서 가장 큰 장점을 갖는다. 학생의 현재 학습 수준을 진단해 주도적 수업 참여를 지원하고, 가정에서도 AI 추천 콘텐츠를 활용해 수업 중 따라가지 못한 부분에 대한 심화·보충학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러닝을 활용한 교과 학습 장면.(사진=경기도교육청)
교사들 또한 학습 과정과 결과의 신속·정확한 분석, 진단 결과 및 추천 콘텐츠를 제공받아 맞춤형 수업 설계가 가능하다. 또 AI가 분석한 학습 결과를 토대로 학생에게 보다 자세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교사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를 플랫폼을 통해 다른 교사와 공유하면서 수업 콘텐츠가 보다 다채로워지는 데 일조했다.

지난해 9월 초4·중1·고1을 대상으로 162개교에서 시범운영됐던 하이러닝은 올해 3월 전체 학년으로 확대됐다. 아울러 7월부터는 등록 대안교육기관 69곳에 재학 중인 학교밖 청소년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사각지대를 줄여갔다.

그 결과 올해 10월 기준 2581개 학교(대안교육기관 포함)에서 49만1607명의 학생들과 3만8613명이 교사들이 하이러닝을 통한 교수·학습을 지원받고 있다. 이는 도내 전체 학생 수의 33.4%, 교사 수의 40.2%에 달하는 인원이다.

하이러닝 시범 운영으로부터 1년. 경기도민들의 반응은 밝았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9월 20일부터 24일까지 만 19세 이상 경기도민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전화 면접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83%포인트) 결과 응답자의 62%가 ‘학생들의 학습격차 해소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하면서다.

하이러닝에 대한 정책 평가에서 ‘잘하고 있다’는 53%로 ‘잘못하고 있다’ 23%의 두 배가 넘는 긍정 응답이 나왔다. 하이러닝 교과목 확대에 대한 의견 역시 ‘찬성한다’가 61%로 ‘반대한다’는 36% 의견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정부에서도 하이러닝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주관한 올해 ‘디지털교육 연구대회’에서 경기도교육청이 우수교육청(2위)으로 선정되면서다. 이 대회에서 교육청은 하이러닝 운영을 통한 디지털 교육 대전환 대응, 학생 중심 맞춤형 교육 실천 등을 높게 평가받았다.

지난 3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2024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국제포럼’ 참가차 방문한 알 누리 튀니지 교육부장관과 하이러닝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사진=경기도교육청)
하이러닝은 지난 국제포럼 기간 중 세계 각국의 교육가들로부터도 러브콜을 받았다. 지난 3일 세린 음바예 티암 유네스코 국제미래교육위원회 위원(전 세네갈 교육부 장관)은 “어제 경기도교육청 ‘하이러닝’ 사례를 보며 교육은 단순히 변화하는 것을 넘어 선생님과 학생이 같이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면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과 디지털 교육 세계화(ODA)를 논의했다.

마노스 안토니니스 글로벌 교육 보고서(GEM) 국장은 하이러닝 발표에 대해 “국제적으로 국내적으로 구조화된 발표였고 미래지향적인 사례”라고 했으며, 알 누리 튀니지 교육부 장관은 “튀니지도 디지털 분야 인공지능(AI) 플랫폼을 개발 중인데 교육 관련 협약, 한국학교 자매결연으로 인적 교류를 활발하게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인공지능(AI) 논술형 진단 서비스와 학습 멘토링 AI 챗봇 기능, 교육 자료 저장소(콘텐츠 라이브러리), 콘텐츠 명예의 전당 기술 등 고도화 작업을 통해 하이러닝을 활용한 맞춤형 교육을 한층 강화했다.

AI 논술형 진단은 교사가 직접 논술형 문항을 출제하고 AI 분석을 참조, 최종 피드백을 반영한 진단 서비스로 학생의 비판적 사고력을 높이고 교사의 업무 부담도 줄였다. 학습 멘토링 AI 챗봇은 학습 현황을 분석한 개별화 학습 안내를 제공하고, 콘텐츠 라이브러리와 명예의 전당을 통해 문항·교재·영상 등 우수한 수업 자료의 공유가 더욱 활발해졌다.

하이러닝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지난 11월 29일부터 ‘하이랜드’를 본격 서비스하면서다. 하이랜드의 메타버스에서는 시나리오 기반 10개 문항을 통한 진단 참여, 결과 확인으로 자신의 디지털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친구들과 함께 ‘우리는 디지털 시민’ 영상 시청, 퀴즈 이벤트에 참여하며 디지털 시민 소양을 학습하고 스스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이랜드는 현재 초등학생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으며, 중학생 콘텐츠는 내년 2월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디지털시민 교육을 위해 경기도교육청이 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 ‘하이랜드’. 내년 초 중학생 콘텐츠가 공개된다.(사진=경기도교육청)
경기도교육청은 또 AI를 활용한 교사 생애단계별 역량 강화 시스템 ‘하이코칭’도 내년 초 선보인다. 하이코칭은 교원 스스로 미래교육 역량을 진단한 후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1:1 개인 학습 경로를 추천해 이수·인증할 수 있는 경기도교육청의 교원역량 통합지원 시스템이다.

교사는 본인의 부족한 역량에 대해 AI가 빅데이터에 기반한 맞춤 서비스를 추천하면 성장 경로에 따른 연수를 실시하고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해 교사는 자신의 부족한 역량을 강화하고 학생의 성장을 위한 변혁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홍정표 경기도교육청 제2부교육감은 “급변하는 교실 문제에 순발력 있는 대응을 위해서는 교사의 전문적 자율성에 의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며 “교사가 집단 지성을 발휘하는 방식을 통해 필요한 역량을 즉시 업데이트할 수 있거나 필요한 역량을 스스로 보강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할 수만 있다면 교사의 자율적이고 가변적인 역량 계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경기도교육청의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