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예방접종 백신 담합' 제약업체 6곳 1심 '벌금형'

by김윤정 기자
2023.02.01 15:59:26

백신 입찰 과정서 도매상 ''들러리''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法 "국가백신 입찰 과정 공정 헤쳐…예산낭비 등 공익 반해"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국가예방접종사업(NIP)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제약사들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사진=방인권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1부(김선희·임정엽 권성수 부장판사)는 1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제약업체 6곳과 이들 소속 임직원 7명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녹십자(006280)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각각 벌금 7000만원에, 보령(003850)바이오파마와 유한양행(000100)은 벌금 5000만원, SK디스커버리(006120)와 광동제약(009290) 법인은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들 소속 임직원들에게는 벌금 300만~5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국가예방접종 백신 입찰 과정의 공정을 해하는 것으로 자칫 예산 낭비 등 공익에 반하는 범죄”라며 “백신 공급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제조사들과 의약품 유통업체들의 조직적 담합으로 이어져 범행이 수차례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각 범행은 제품 특성상 독점 지위를 누리는 유통업체가 존재하고 공급확약서 제도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고 국가가 입찰에 앞서 금액을 미리 정해 공고하는 방식으로 가격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실제 모든 입찰이 해당 범위 내에서 낙찰가가 형성돼 가담 업체들의 부당이익 액수가 크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피고인들이 얻은 개별적 이익이 크지 않고 다른 백신 유통사의 낙찰 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점을 고려한다면 공동행위가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정도가 그리 크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의 사실상 행정지도에 따른 것이기에 부당공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피고인들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피고인들이) 질병관리본부 직원으로부터 들러리를 세우자는 명시적인 말을 들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담당자의 요구가 있었다고 해도 법령상 구체적인 증거 없이 공동행위를 요구했다는 사정만으로 공동행위가 정당화되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제약업체 소속 임직원들이 2016~2019년 사이 자궁경부암 등 국가예방접종사업 입찰 과정에서 다른 도매업체를 들러리 세우는 방식으로 입찰공정을 해쳤다고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2019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이후 수사에 착수해 한국백신 등 제약업체들이 조달청에 백신을 공급하는 NIP를 진행하면서 물량과 가격 등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정황을 파악했다. 다음 해 8월 검찰은 SK 디스커버리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