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한' 트럼프 유세장서 "내가 탄핵당하면 유권자 탓"

by김경민 기자
2018.09.07 17:08:3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11월 초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원 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할 것을 촉구하며 ‘탄핵’(impeachment) 당하는 것을 입에 올렸다. 최근 측근들의 구속, 내부자 폭로 등 악재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중간선거에서의 승리를 잡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불미스러운 일들이 잇달아 터지며 초조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몬태나주 빌링스의 유세장을 찾아 “여러분이 투표하러 나가지 않으면, 그들(민주당)이 말하는 대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당하는 첫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민주당을 겨냥해 “그들은 탄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잘 해내고 있고,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탄핵할 수 있나. 우리 경제도 좋다. 그렇지만 그들은 계속 탄핵을 외친다”라고 말했다.

백악관에서 최측근들과 소문자 ‘i’로만 소통하며 사실상 금기어였던 탄핵이라는 단어를 트럼프는 최근 자주 입에 올리고 있다. 지난달 말에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들이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을 탄핵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경제, 일자리, 다른 나라들과 진행되는 일들, 무역 협상 등을 봐도 나는 정말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트럼프는 잇따른 내부자 폭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가 새로 펴낸 책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국정운영 스타일과 그를 보좌하는 주변인들의 좌절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식 판매가 되기도 전에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바로 다음 날에는 뉴욕타임즈(NYT)가 익명의 백악관 고위 관료의 글을 게재하며 또 트럼프를 아프게 했다. 이 고위 관료는 트럼프가 지속적으로 미국에 해로운 행동을 하고 있으며, 이를 막고 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내기 위해 백악관 관료들이 고군분투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트럼프는 오는 11월6일 예정된 중간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중간선거는 대통령의 4년 임기 중간, 대통령이 취임한 뒤 2년이 지난 시점에 시행되는 만큼 현직 대통령과 정권을 심판하는 성격이 강하다. 연방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등을 대거 교체하는 선거이다 보니 정권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장에 나온다. 이 때문에 집권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는 쉽지 않다. 1846년 이후 치러진 43번의 중간선거 가운데 집권당이 의석을 추가해 승리한 경우는 3번에 불과하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연방 하원 435석 전부, 상원 100석 가운데 35석, 주지사 50명 가운데 36명을 새로 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