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메리츠종금證 이사 “10년간 방치된 부동산, SSF펀드로 살렸죠"

by성선화 기자
2018.07.31 14:28:24

메리츠종금증권 투자금융본부 이사 인터뷰
기존 제도권 접근 힘든 '돈맥' 뚫어 고수익 추구
1호 투자 성공으로 2호 펀딩 관심 급증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제도권 자본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투자였습니다. 각종 규제 및 자산 건전성 등을 따져야 하는 기존 금융권에서는 10년 동안 유치권, 미상환 콘도 분양채권 등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영업 개시가 불확실한 부동산에 선뜻 대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틈새를 공략하는 것이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SSF)의 강점입니다.”

31일 서울 여의도 메리츠종금증권 본사에서 만난 이창현() 투자금융본부 이사는 2년 전 국내 최초 SSF가 조성되는 당시를 회상하며 “10년 동안 롯데건설의 미지급 공사비 등의 문제로 여러 차례 경매로 나와도 적절한 사업자를 찾지 못했던 서울 강북 장암 아일랜드캐슬의 부활 비결은 과감한 금융 지원 덕분”이라며 “유치권 문제를 해결하자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풀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 첫 투자은행(IB) 업무를 시작한 이 이사는 타고난 IB맨이다. 그가 국내 최초로 홍콩계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을 끌어들여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pecial Situation Fund·SSF)를 조성할 수 있었던 비결도 정답에 연연하지 않은 그의 열린 사고방식 덕분이다.

2016년 말 이 이사는 PAG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부동산에 특화된 SSF를 선보였다. SSF는 정상적이지 않은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투자가 필요한 모든 곳에 투자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코어 투자와는 거리가 멀지만 성공하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부동산 실물자산 담보부대출을 하는 SSF는 국내 최초였다.

그는 국내 기관 투자 유치를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여러 곳에 문을 두드린 결과 행정공제회가 7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이후 일부 기관들과 함께 총 1100억원의 펀드를 클로징 했다.



SSF의 첫 투자가 바로 유치권 행사로 개장이 지연된 의정부 ‘장암 아일랜드 캐슬’이었다. 골드만삭스 출신이 설립한 홍콩계 사모펀드인 액티스 캐피탈(AKTIS Capital)이 경매를 통해 이미 580억원의 지분투자를 했지만 대출 기관을 찾지 못해 곤욕을 치뤘다. 총 투자금 1230억원 중 650억원의 대출이 필요했지만 저축은행은 물론 제도권 금융에선 전부 거절 당했다.

여기에 숨통을 트여준 ‘돈맥’이 SSF 자금이다. 이 펀드를 통해 330억원을 선순위 대출로, 홍콩계 부동산 사모펀드인 PAG가 후순위대출 320억원을 각각 출자했다. 선순위와 후순위를 합친 이자율은 11%에 달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10년간 방치된 워터파크의 운영자를 찾는 일. 긴급 수혈로 급한 불이 꺼지자 외국계 호텔 프랜차이즈인 ‘베스트웨스턴’이 선뜻 나섰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말 장암 아일랜드캐슬은 10년 만에 성대한 그랜드 오픈을 했다. 개장 성공으로 산업은행이 리파이낸싱에 나서면서 SSF와 PAG도 엑시트에 성공했다. 그는 “지역 주민의 최대 현안이자 숙제였던 흉물을 살려냈다”며 “금융이 필요한 곳에 공급돼 큰 효과를 발휘한 경우”라고 말했다.

현재는 2호 투자로 한남동의 ‘한남빌라 재건축 사업 (파르크 한남)에 440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한남빌라 역시 제도권 투자자들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곳에 투자하는 투자 컨셉트는 동일하다. 1호와 2호를 합쳐 총 770억원을 집행한 셈이다. 그는 “한 채당 약 80억원에 분양하는 빌라에 기존 금융권을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며 “분양이 확실시 되지만 리스크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에 있어서 정답은 없다고 강조한다. 이 이사는 “시장 상황에 맞게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1호 펀드의 성공으로 2호 펀드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어 국내에서도 SSF가 정착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