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카지노 총격·방화에 한국인 1명 포함 36명 사망…“대부분 질식사”(종합)

by김형욱 기자
2017.06.02 18:10:21

한국인 3명 포함 부상도 최소 54명…일부 중태
현지 경찰 "총격 피해 없어…테러 아닌 강도 유력"
용의자는 자살… 경찰 "참고인 1명 추적중"

2일 필리핀 무장경찰이 최소 36명이 사망한 총격·방화 사건이 일어난 마닐라 호텔 앞을 지키고 있다.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2일 새벽 필리핀 마닐라의 복합관광센터 ‘리조트 월드 마닐라’에서 벌어진 한 남성의 총격·방화로 최소 36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경찰이 같은 날 오후 밝혔다. 자살한 용의자는 사람에게 직접 총격을 가하지 않아 직접적인 총격 피해는 없었다. 희생자 대부분은 카지노 화재 연기에 질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중 다수는 사건 발생 당시 카지노 게임장에 있었던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신원이 파악된 사망자 중 13명은 이곳 직원, 22명이 손님이다. 부상자도 최소 54명이고 일부는 중태여서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실내 대부분이 불에 잘 타고 유독 연기를 내뿜는 카페트였기 때문에 피해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인 사망자도 1명 있었다. 한국 외교부는 현재 1명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에서도 3명의 한국인이 포함돼 있으나 질식이나 도피 중 부상으로 중상은 아니라고 전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테러가 아니라 칩을 훔치려던 강도 사건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건 발생 초기 필리핀이 지난달 말 이슬람국가(IS)를 이유롤 남부에서 계엄령을 선포한 탓에 IS의 테러라는 얘기가 돌았다. IS도 본인의 소행임을 자처했다. 그러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실 대변인은 “모든 정황을 봤을 때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한 개인의 범죄”라고 밝혔다. 사람을 향해 총을 난사하지 않은 걸 고려하면 애초에 사람을 살해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카지노에 난입해 대형 스크린에 총을 난사하고 테이블에 휘발유를 끼얹어 불을 붙였다. 이후 칩 저장 창고로 향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이후 이 용의자가 호텔 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 역시 침대 위에서 이불을 덮은 채 본인의 몸에 가솔린을 끼얹고 불을 붙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이후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필리핀 국적의 참고인을 추적하는 중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사건이 벌어진 복합관광센터의 소유주는 필리핀 어라이언스 글로벌 그룹과 겐팅 홍콩의 합작법인 트레블러스 인터내셔널 호텔 그룹이다. 이곳 주가는 이날 7%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