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갑질, 방송법으로 막는다..실태조사 임박

by김현아 기자
2015.12.17 14:57:04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의 사후 규제 영역이었던 홈쇼핑 회사들의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 관행이 방송법으로 사전에 규제된다. 예전에는 납품업체의 신고가 있어야 정부가 개입했지만, 앞으로는 정부의 문제점 인지 만으로도 조사와 처벌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한 데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17일 구체적인 규제안을 담은 시행령을 의결하고 시행령 개정과 함께 바로 실태조사를 시작하는 이유에서다. 홈쇼핑PP뿐 아니라 데이터홈쇼핑회사(T커머스)도 규제 대상이다.

방통위는 17일 홈쇼핑PP와 T커머스 회사의 납품업체에 대한 불공정 행위 발생 시 해당 금지행위의 세부 유형 및 기준을 정한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상품판매방송 편성의 일방적인 취소금지 △상품판매방송 편성의 일방적인 변경금지△ 제작비용 전가금지△특정 수익배분방식 관련 불공정 행위 거래 금지 등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홈쇼핑사가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행하는 부당 행위의 실제 사례를 반영해 마련했다. 홈쇼핑사가 부당하게 사전 합의를 거치지 않고 방송편성을 취소·변경하거나, 이를 통해 합의되지 않은 편성 변경으로 인한 재고발생이나 판매물품 준비 부족 등의 손실을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것을 막고자 했다.

또 상품판매액과 관계없는 특정수익배분방식 강제와 관련한 불공정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했다. 실제로 판매가 보장되지 않은 신상품이나 중소기업제품의 경우 홈쇼핑사가 무조건 시간당 정액을 협력사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이를 금지함으로써 판매부진의 위험을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납품업체에 부당하게 제작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전가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사전영상제작을 강요하거나 특정 출연자의 출연료·세트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부담하게 하는 사례가 빈번한 가운데, 이를 금지해 방송제작비는 방송사가 부담토록 한 것이다.



방통위는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홈쇼핑 관련 시행령 개정이 완료되면 중소 납품업체 보호를 통해 관련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공정위와 충분히 협의했고 공정위도 아무런 이의가 없다”면서 “우리가 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공정위는 그 영역에서 조사를 벌일 것”이라면서 “시행령이 공표되면 제대로 홍보해 홈쇼핑사업자들에게 방통위의 역할을 알리자”고 말했다.

이날 의결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 및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연내 공포·시행할 예정이다.

방통위 사무처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납품업체들과 협의해 왔다. 불만을 들어왔다”면서 “시행령이 개정과 함께 바로 실태조사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기주 상임위원은 “홈쇼핑사들이 대기업으로서 소위 갑질을 하고 있다고 인식할 수 있는데 5년 전, 10년 전에도 공정위 조사를 통해 비리가 드러났다”면서 “방통위가 처음 이렇게 해 봐야 겠다고 접근하면 안 된다”고 신중한 조사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