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공습]②亞 가뭄 심각할듯…애그플레이션 주의보

by이유미 기자
2015.05.21 17:30:15

호주·인도 등 아태지역 극심한 가뭄 예상
농산물 생산량 감소와 함께 가격 상승 우려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

[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지난 2009년 인도에는 40년만에 최악의 가뭄이 찾아왔다. 인도 뿐 아니라 호주에서도 기후 변화로 밀 생산에 엄청난 피해를 봤으며 아시아 전체 곡물들이 손상을 입었다. 이에 농산물은 물론이고 이를 원재료로 하는 식품가격까지 폭등하는 등 엘니뇨의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올해도 강한 엘니뇨가 재발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엘니뇨는 농산물 가격급등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을 동반한다. 엘니뇨가 농산물 가격을 결정하는데 주요 요인이 되는 공급량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년 기후와는 다른 기후 현상을 보이는 엘니뇨는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농작물 생산량이 떨어져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사진=포춘)
올해 엘니뇨 현상은 이미 호주 동부 연안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호주 북동부 퀸즈랜드주(州)의 우기가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는 4월부터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에서는 가뭄이 시작됐다. 호주 기상청은 다음달부터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면서 강우량이 평년보다 최소 70%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엘니뇨로 인해 이번 늦겨울과 봄 호주 동부 평년보다 낮은 강우량을 동반하면서 호주의 높은 밀 생산량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호주의 봄인 9월에 내리는 비는 밀 생산에 필수적이다. 호주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밀 수출국가다.

뉴질랜드에서도 이번 엘니뇨로 농작물 생산량 감소와 가격 급등은 물론 전반적으로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우려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구(IMF)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엘니뇨로 인한 가뭄과 홍수가 발생해 농업 생산량이 떨어지면서 이번 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29%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12년과 2013년 여름에도 뉴질랜드 낙농업의 허브 지역인 북부 와이카토에서는 7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경험했다. 당시 재무부는 이로 인해 뉴질랜드 GDP에서 15억달러가 사라졌다고 봤다.
엘니뇨 발생기간중 쌀과 옥수수, 팜오일 수확량 변동률(단위: %, 출처=USDA)
초여름에 씨를 뿌려 가을에 농작물을 거둬들이는 인도에서도 올해 우기에 평년보다 더 낮은 강우량이 예상되고 있다. 인도 기상청(IMD)은 남서부에서는 이번 우기에 내리는 비의 양은 예년 평균치의 93%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차범위는 ±5%다. 인도에서 평년 강우량의 88%일 때는 곡물 생산량은 3.8%가 낮아진다.

인도 민간 기상서비스회사인 스카이멧 웨더 서비스는 엘리뇨가 인도 북서부에는 가뭄을, 중부와 복동부에는 홍수를 동반한다고 설명한다.

연구기관 케어 레이팅스(CARE Ratings)의 마단 사브나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론적으로 농산품 가격은 생산량 감소 공포로 인해 상승한다”며 “지난해 가뭄때는 농산물 가격 상승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그 영향이 올해부터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BoA 전망치, 엘니뇨 발생시 전망치


이미 3월 이후부터 평년보다 낮아진 강우량으로 많은 곡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의 가뭄은 인도의 2015 회계연도 GDP 예상치인 7.9%에서 50bp를 낮출 것이라고 인도 최대 신용평가사인 크리실(Crisil)은 예상했다.

크리실은 “인도 소비자물가지수(CPI)의 40%를 농산물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번 엘니뇨로 인한 가뭄으로 우리의 2016회계연도 CPI 예상치인 5.8%에서 50bp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인도 중앙은행의 올해 물가 상승률 목표인 6%가 깨질 수도 있으며 인도 중앙은행이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필리핀에서도 엘니뇨로 인한 가뭄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필리핀 남부 노스코타바토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베니 로마스씨는 “우리는 벌써 석 달째 가뭄을 겪고 있으며 올 1월 이후 어떤 농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비를 더 많이 내리게 해달라고 기도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주요 쌀 수입국인 필리핀은 쌀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이미 엘니뇨의 고통을 실감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물이 많이 필요한 옥수수 농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