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엔비디아 H200 대중 수출…기업당 7.5만개 제한 검토"

by방성훈 기자
2026.03.03 09:51:03

트럼프 방중 앞두고 ‘기업당 쿼터제’ 카드 꺼내들어
알리바바·바이트댄스 등 中전체 수요의 절반 수준
軍전용 우려 여전…몇달 간 수출 조건 더 엄격해져
수출 총량도 100만개 상한·해외 데이터센터엔 금지
中, 美의존 vs 국산화 사이 저울질…시진핑 결단 주목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0’의 대중 수출과 관련, 중국 기업 1곳당 최대 7만 5000개까지만 수출토록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진=AFP)
블룸버그통신은 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 H200 칩을 연간 7만 5000개까지만 구매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엔비디아의 중국 재진입을 더욱 제약하는 조치로 군사 용도로 칩이 사용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비슷한 성능의 AMD의 MI325 칩 수출분에도 수출 제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전체 대중국 수출량은 여전히 100만개에 달할 수 있지만, 현재 주요 수요는 알리바바그룹과 바이트댄스 등 소수 중국 빅테크에서 나온다. 기업당 7만 5000개 상한을 적용하면 이들 기업이 받을 수 있는 총량은 수십만개 수준에 그친다. 7만 5000개는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가 엔비디아에 사적으로 밝힌 희망 구매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소식이 전해진 뒤 엔비디아와 AMD 주가는 장외 거래에서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1% 가까이 떨어져 주당 181달러까지 밀렸고, AMD는 주당 197.07달러로 하락했다.

중국 정부가 수입을 허용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H200 제안에 긍정적으로 응했다고 밝혔다. 중국 규제당국도 기업들에 주문 준비를 지시했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지난주 중국에서 데이터센터 매출이 전혀 없으며 미국의 허가에도 중국이 칩 수입을 승인할지 불분명하다고 반복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는 미국 반도체에 대한 내부 수요와 화웨이 등 국산 칩을 육성하기 위한 오랜 노력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서 최종 합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비(非)군사 기업에 대한 H200 수출 계약을 체결하길 희망하고 있다.

H200은 이전 세대 제품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능을 지닌 AI 칩으로, 지난해 블랙웰 출시 전까지 챗GPT 등 AI 챗봇 훈련·운영을 위한 업계 표준이었다. 이는 앞서 대중 판매가 승인된 H20 칩의 6배에 달하는 연산능력을 갖췄으며 화웨이 제품도 크게 앞선다. 중국 기업들 입장에선 AI 모델 개발·운영에 필수적인 칩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AFP)
지난해 중국 측이 H20 칩 수입을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뛰어난 칩인 블랙웰 수출 허용을 검토한 바 있으나, 측근들의 만류로 보류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외 대중 강경파들은 H200 수출이 중국 AI 발전만 도와줄 뿐 미국엔 아무런 이득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칩을 중국에 수출하면 양국 간 긍정적인 경제관계에 기여할 것이라며 “미국에 전적으로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미 기술에 의존하면 화웨이의 글로벌 경쟁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지난 1월 팟캐스트에서 황 CEO가 이러한 논리로 H200 대중 수출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젠슨의 논리이며 대통령이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개별 심사를 통한 소량의 H200 수출만 승인한 상태지만, 아직까지 판매가 허용된 적은 없다. 미 정부가 H200 판매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련의 제약 조건들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이들 조건엔 엔비디아의 대중 수출이 미 기업들에 대한 칩 공급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울러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수출용 성능 테스트는 중국이 아닌 미국 내 독립 기관에서 받아야 하며, 중국 고객에 대한 엄격한 실사를 통해 군사적 사용 방지도 인증해야 한다.

이에 엔비디아는 관료들은 되레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을 훼손한다며 불만을 터뜨리며, 수출 조건이 중국 기업의 구매 의욕을 꺾을 정도로 가혹하다고 비판했다. 엔비디아는 또 중국군에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일축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H200의 대중 수출을 승인할 때 추가 제약 조건들을 어떻게 적용할지는 불분명하다. 중국 4대 빅테크 중 3곳을 중국 인민군 연계 기업으로 지정하거나 지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러트닉 장관은 지난달 의회 청문회에서 군사적 사용 제한을 어떻게 집행할 것이냐는 질문에 “엔비디아가 세부 허가 조건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중국이 같은 방식으로 따를 것이라고 믿는지에 대한 질문엔 “그 의견은 대통령에게 맡기겠다”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국가안보 강경파를 비롯한 일부 관리들은 전체 수출 물량을 100만개로 제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최대 슈퍼컴퓨터 구축이 가능한 수준이어서 기업별 상한 논의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7만 5000개는 한 기업이 약 100메가와트 중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수 있는 물량이다.

또 다른 쟁점은 아시아 이외 지역에서의 사용 여부다. 미국은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 본토뿐 아니라 해외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중국 기업에도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알리바바는 동남아시아 기업인 메가스피드인터내셔널과 협력해 해외에서 엔비디아 칩을 임대해 쓰고 있지만 구매는 불가능하다.

장비 수출 통제도 중국의 AI 칩 생산을 억제해 중국 기업들의 클라우드 사업 확장을 어렵게 하고 있다. 텐센트의 마틴 라우 사장은 지난해 11월 “AI 칩 부족시 내부 사용이 우선”이라며 “공급 제약이 없으면 클라우드 매출이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H200 구매는 이러한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적 기회를 제공하며, 중국 기업들의 허가 신청 대부분이 해외 사용 목적이었다는 점에서 해외 사업 진출 야망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알리바바·텐센트·바이트댄스 모두 국내 사용 목적으로 추가 구매 신청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알리바바의 경우 말레이시아 데이터센터에 H200 배치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장은 지난 1월 중순 의원들에게 “미국의 규정은 중국 기업이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와 경쟁할 수 있는 해외 데이터센터 건설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는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의 AI 인프라 투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블룸버그는 “H200 수출 제한이 현실화하면 엔비디아 칩의 대중 판매 재개 시기 및 규모도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