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받고도 조사 떠넘긴 사모펀드 사태"…금융감독체계 개편 힘실리나
by양희동 기자
2021.07.05 16:58:49
감사원 9개월간 감사결과 발표
사모펀드 검사·감독 총체적 부실 드러나
감독체계 개편 방안 마련 통보
"금융위의 감독업무 떼어 독립적 기구 세워야"
[이데일리 양희동 장순원 기자] 감사원이 5일 발표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대규모 환매 중지 사태에 대한 감사 결과, 금융당국의 부실 대응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감사원은 △사모펀드 제도 운영 및 상시 감시 △사모펀드 판매에 대한 검사·감독 △사모펀드 설정에 대한 검사·감독 △사모펀드 운용에 대한 검사·감독 등 네 가지 부분에 대해 금융당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감사원의 이번 감사결과는 사모펀드 사태가 벌어지는 과정에서 금융감독의 양대 축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엇박자를 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감사원은 금융위가 일반투자자의 위험감수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일반투자자의 투자 요건 등을 완화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봤다. 이로인해 사모펀드의 피해가 일반투자자에게 집중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또 금감원은 규제 완화 이후 사모펀드 시장이 확대되는 등 위험이 증가했는데도 자산운용사의 펀드 운영 관련 재무자료와 특이사항(환매 등) 보고내용 등을 사모펀드 상시감시에 활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은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95% 이상 투자하는 것으로 설정·설립 보고한 것과 달리 일반 회사채에 투자 가능한 집합투자규약을 첨부했는데도 보완요구 없이 이를 그대로 인정했다. 또 한국예탁결제원은 옵티머스 펀드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옵티머스 측의 요구에 따라 사모펀드 자산명세서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매입한 것으로 작성했다. 중소기업은행은 신탁계약(집합투자규약)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에만 투자하도록 돼 있는데도 옵티머스의 지시에 따라 사모사채를 매입했다.
감사원은 금감원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여러 차례 옵티머스 사태를 막을 기회가 있었지만, 제대로 된 검사 및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2017년 옵티머스의 자본금이 기준에 미달하자 적기시정조치 요건 등을 점검하기 위한 검사를 했다. 그러나 옵티머스가 사모펀드를 부당 운용하고 있는 사실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금융위에 건의했다. 또 2018년 국회 질의 과정에서도 금감원은 옵티머스가 펀드를 부당 운용하고, 펀드자금이 기업 인수합병에 활용된다는 의혹에 대해 답변과 투자제안서 및 매출채권 양수도계약서 등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받았다. 이에 금감원은 위법 부당한 펀드 운용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옵티머스 측의 설명만 믿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답변했고, 향후 검사계획 등에도 반영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또 2019년 옵티머스가 펀드 자금으로 특정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등 구체적인 내용의 민원을 접수하고도 조사 없이 종결했다. 검찰과 금융위가 수사·조사 중이라는 이유였지만 이들 기관은 해당 민원과 조사대상이나 혐의가 다른 내용으로 조사 중이었다. 금감원이 이런 사실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에도 금감원은 옵티머스에 대한 서면검사에서 펀드자금 400억여원을 대표이사 개인 증권계좌로 이체하고 사모펀드 돌려막기(사모펀드 신규 자금으로 기존 사모펀드 환매)를 하는 등의 위법부당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바로 현장검사에 착수하거나 금융위 및 수사기관에 이를 보고하지 않고 지체했고, 서면검사를 종료 후 옵티머스는 사모펀드 300억원을 추가 설정했고, 관련자가 펀드 자금 200억원을 횡령하도록 방치했다.
감사원이 대규모 환매 중단사태를 일으킨 사모펀드 부실감독의 책임을 놓고 제도 운용과 상시 감시체계를 포함해 금융감독 분야의 전반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감사원의 이번 감사결과는 사모펀드 사태가 벌어지는 과정에서 금융감독의 양대 축인 금융위와 금감원이 엇박자를 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달리 투자자가 구조를 파악하기 힘든 구조다. 공시의무가 없고 신탁회사의 감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도 운용과 상시 감시가 잘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부실 감독은 우리나라 금융감독체계의 문제와 직결된다.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은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와 감독업무를 집행하는 금융감독원이 나눠 맡고 있다. 금융위가 감독정책을 동시에 관장하고 있고 금융감독원에 대해 예산이나 업무수행상으로 지도·감독하고 있어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대형 금융사고가 터지면 금감원은 금융위의 규제 완화를 탓하고, 금융위는 금감원이 제대로 감독을 하지 못했다며 비난하는 일이 반복되는 구조다.
문재인 정부 역시 출범 직후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분리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효율적인 금융시장 관리와 감독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1년도 남지 않는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이 DLF 사태 직후 장기적으로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하라고 금융당국에 통보한데다, 다시 직·간접적으로 금융감독체계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다시 금융감독체계 개편 가능성이 부각할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인식이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감독기구는 독립성과 중립성이 생명”이라며 “금융위의 금융감독업무를 때어 내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금융감독기구를 세워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