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년, 저년’ 아닌 필수노동자”…요양노동자, 인권위 진정

by박기주 기자
2021.04.27 15:15:48

전국요양서비스노조 기자회견
요양보호사 81.3% "육체적 상해, 성희롱 폭언 등 경험"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요양보호사들이 최소한의 자기방어권을 지켜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은 27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50만명의 요양보호사들이 뺨을 맞아도, 쌍욕을 들어도, 물리고 할퀴어도 항의조차 할 수 없고 어떠한 법적 제도적 보호장치도 없이 그저 참으라는 말만 듣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27일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요양노동자 노동현장 고발 기자회견에서 폭언, 폭행 피해를 입은 요양보호사가 증언을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 단체가 지난달 전국 요양보호사 54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81.3%가 업무 중 요양서비스를 받는 어르신에게 육체적 상해나 성희롱 폭언 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한 보호자에게 욕설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한 이들이 20%에 달하는 등 인권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현장에 나온 한 요양보호사는 “이년, 저년 등 욕설은 보통이고, 입에 담기 어려운 심각한 욕설을 듣는 것이 다반사”라며 “하루는 참다못해 ‘그만해 달라’고 한 마디했더니 요양원에서 해고를 당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조사를 받으면서 요양보호사의 인권이 없다는 현실만 느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요양보호사는 “가정부 취급을 하고 음식과 청소만 하다 끝나는 경우도 있다”며 “성적인 농담을 하기도 하는데, 이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노우정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위원장은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에게 물려도 참아야 하고, 맞는 동안 어르신을 밀어내거나 방어를 할 경우 노인학대로 신고당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더 심각한 문제는 노인학대 신고된 상황에 대한 당사자의 충분한 소명 없이 개인의 문제로 몰아 징계와 해고로 이어진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요양노동자도 폭행을 당하거나 공포의 순간에 몰릴 때 자기방어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기방어권 보장과 안전하게 일할 권리 등을 규정할 수 있는 제도적 체계를 보장하라”고 강조했다.

김종진 노무사는 “중요한 것은 요양보호사가 폭행 등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라며 “수급자와 그 가족의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부적절한 행위의 유형을 열거해 해당 행위는 금지되므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는 예방조치가 있어야 하고, 수급자와 그 가족에 대한 주기적인 교육도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국요양서비스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권위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 △다쳤을 때 치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줄 것 등을 권고해 달라고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