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이데일리에 언중위·소송 6건 무더기 제소...전략적 봉쇄소송 의심[현장에서]
by김승권 기자
2023.11.15 16:27:03
대웅제약, 기자 2명 상대 4억원 대 민사소송
'설명없이 입장요구했다'며 교묘한 언론 플레이까지
‘괴롭힘 소송’ 사회적 의제화 못하면 표현의 자유 위축 반복 우려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대웅제약이 이데일리를 상대로 ‘소송 전면전’에 나섰다.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3건에 이어 기자 2명에게 민·형사 소송 3건을 추가로 제기한 것이다. 민사 소송 건으로 기자 두명에게 각 2억원 씩 도합 4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이를 두고 대기업의 전형적인 ‘전략적 봉쇄소송’이라는 이야기가 일각에서 나온다.
미국의 사회학자 카난과 법학자 프리그는 기업·정부 등이 공적 관심사나 쟁점에 대해 자신에게 반대하거나 불리한 주장을 하는 것을 위축시킬 목적으로 제기하는 소송을 ‘전략적 봉쇄소송’이라고 정의했다.
전략적 봉쇄소송은 기자의 신경을 분산 시키고 보도의 사회적 영향력을 최소화는 데 있다. 실제 소송이 걸리면 기자들은 반론문 작성 등으로 기본 업무 외 상당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전략적 봉쇄소송이 언론사와 기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인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소송 당사자뿐 아니라 이 사실을 아는 기자들도 ‘소송에 걸릴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을 느끼기에 기업 입장에선 여러 효과를 볼 수 있다. 기자 개인에 비해 다수의 인력과 자본을 가진 기업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것이 사실이다.
대웅제약의 대응 과정을 보면 ‘언중위 제소를 다소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나’하는 의문이 든다. 실제 대웅제약은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며 3건의 기사를 제소했는데 그 중 2건을 이유없이 취하했다가 다시 제기했다. 언중위는 설립 특성상 ‘소 각하’를 할 수 없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대웅제약은 언중위에 ‘유감 표명’을 받기도 했다. 조정일 무단불참에 준하는 형식적인 취하 의사 전달 후 돌연 설명없이 조정을 재신청하며 언중위 계획에 차질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 대웅제약이 보낸 민사소송 소장 내용 (사진=김승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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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대웅제약은 언중위 제소를 다시 하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언중위 조정기일에 다시 취하했다. 언중위 조정 진행 중에 대웅 측이 추가로 민사소송을 걸어서 언중위 조정이 의미가 없어져서다. 언중위에서 조정이 성립되면 해당 사안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에 조정이 되면 오히려 대웅 측은 민사소송에서 해당 사안을 문제제기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언중위 관계자도 “언중위 중재 진행 중인 상황에서 동시에 민사 소송 제기한 것은 저는 처음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언중위를 수차례 경험한 한 기자도 “언중위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에게 조정 의뢰가 와서 사안을 파악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유없이 민사소송으로 다툰다고 해서 황당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심지어 대웅제약 홍보팀은 해당 사안이 민사 소송 소장에 포함됐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홍보팀과 법무팀의 소통이 없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다른 언중위 제소 건에 대해서는 ‘대웅의 IR 자료를 이데일리가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대웅의 IR자료가 수정되지 않고 그대로인 상황에서 기사 정정을 요구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논리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웅제약 측은 결국 민사소송에서 다투겠다고 했고 언중위에서는 양사 의견이 갈린 조정불성립이 아닌 제소 취하로 두 건을 마무리했다. 정식 소송이었다면 ‘소송 각하’와 비슷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웅제약은 지난 입장문에서 기자의 취재 과정을 교묘하게 취사 선택해 해당 기자가 ‘무례한 기자’로 오해 받을 수있게 했다. 대웅제약 측이 지난 8월 3일 일부 인원에게 밝힌 입장문을 보면 ‘이데일리 A 기자는 전화를 걸어 해당 이슈에 대한 전후 사정 설명도 없이 12시까지 관계사 성희롱 관련 입장을 달라고 재촉했다’고 써있다.
하지만 취재 과정을 보면 해당 내용 관련 대웅제약의 입장을 듣기 위해 기자는 대웅제약 B 팀장에게 총 4차례 연락을 취했다. 그 과정에서 기사 작성 배경을 미리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녹취 파일과 증거들이 명확하다. 하지만 대웅제약은 갑자기 연락해서 입장을 달라고 한 무례한 기자로 해석되게 입장을 배포한 것이다. 이데일리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명예 훼손 맞고소까지 검토하고 있다.
언론의 존재 이유는 사회 고발, 부패 감시, 의혹 제기 등이다. 기업은 이를 두고 가짜뉴스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하거나 이미 고발해서 언론 겁박에 나서는 사례가 다수다.
특히 검찰 출신 윤재승 CVO(최고비전전문가, 전 회장)가 최대 주주로 있는 대웅제약은 법무팀 직원을 필두로 다수의 기자에게 소송을 걸었다. 매일경제 기자에게도 소송을 걸었다가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고 현재 이데일리 일부 기자에게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전략적 봉쇄소송을 줄이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략적 봉쇄소송은 재판청구권을 남용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며 2020년 12월 ‘국가 등의 괴롭힘 소송에 관한 특례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에 따르면 ‘괴롭힘 소송’은 “공적 사안에 관해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또는 근로자의 기본권을 행사한 개인, 노동조합 또는 비영리단체를 피고로 해 기본권 행사를 제한하는 데에 실제적인 목적이 있는 민사소송”으로 정의한다. 괴롭힘 소송으로 인정될 경우 법원 직권 또는 당사자 신청으로 소송을 각하할 수 있고 피고는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bhc에게 ‘괴롭힘 소송’을 당했던 한 기자는 “언론계는 기자 개인을 향한 괴롭힘 소송을 공유하며 소송 결과를 더 많이 기사화하는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