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대출제도 개편…크레딧 시장 시스템 리스크 경감 효과”

by유준하 기자
2023.10.05 15:59:07

한은·금융학회 공동 정책심포지엄 개최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발표
“해당 제도 개편, 채권시장 신속 유동성 확보”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올 하반기 한국은행이 대출제도를 개편, 은행 상시 대출제도인 자금 조정 대출의 적용금리를 하향 조정하고 은행채와 지방채, 우량 회사채 등의 적격담보 범위를 확대한 만큼 신속한 유동성을 제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크레딧(신용) 채권 급매에 따른 시스템리스크도 경감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전경(사진=한은)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5일 서울 한은 별관 2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은·금융학회 공동 정책 심포지엄’에서 “이번 대출제도 개편은 유사시 채권시장의 신속한 유동성 확보를 통해 신용채권 급매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를 경감하고 금융 취약계층의 후생 증대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31일부터 자금조정대출제도를 개편 시행했다. 자금조정대출 적용 금리를 종전 ‘기준금리+100bp’에서 ‘기준금리+50bp’로 변경했고, 지난 8월31일부터는 대출적격담보 범위를 확대해 공공기관 발행채와 은행채, 지방채, 우량 회사채 등 기타 시장성 증권까지 포함을 상시화했다. 만기 역시 최대 1개월 범위 연장에서 3개월 범위 연장까지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김 위원은 이 같은 적격담보범위 확대가 신용채권 시장의 수요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실증분석 결과 적격담보범위 확대에 따라 신용채권 시장의 수요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신용 스프레드가 감소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이는 유사시 신용채권 급매에 따른 시스템 위험 전이에도 긍정적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용 스프레드는 국고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이로 통상 회사채(AA-) 3년물과 국고채 3년물의 금리차를 말한다. 신용 스프레드가 커졌다는 것은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국고채 대비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대로 신용 스프레드가 감소할 경우 기업 자금조달 환경이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은 과거 사례에서 드러난 안정화 효과도 근거로 들었다. 지난해 10월27일 단기금융시장 안정화 조치 당시 대출 적격담보증권 범위 확대에 따른 채권시장 영향을 분석한 결과 신용스프레드가 유의미하게 감소하며 신용채권시장 안정화 추세가 나타났다는 게 김 위원의 설명이다.

다만 유동성 관리 부담 경감은 자금조달시장에서의 금융기관 시장 지배력 확대를 야기,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금조정대출 적용금리 하향 조정 등은 유사시 예금금리 상승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금융안정성 규제는 경쟁 정책과 조화를 이뤄야 함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