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푸틴, 직접 대화 사인 받아.." 평화협상설 힘 받나

by백주아 기자
2022.11.17 21:00:31

우크라이나 대반격 일부 지역 수복
러시아군 크게 위축되며 평화협상설 제기
밀리 美합참의장 "정치적 해결책 있을 것"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로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직접 대화에 나서길 원한다는 ‘암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최근 탈환한 헤르손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영자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푸틴이 직접적인 협상을 원한다는 암시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이 그동안 크렘린궁과의 공개적 대화를 요구해 왔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직후 여러 차례 평화회담을 진행했지만 러시아의 영토 양보 요구를 우크라이나가 완강히 거부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후 4월 초 러시아군에게 점령됐다가 해방된 키이우 인근 부차 등 수도권 여러 도시에서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정황이 드러난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에 나서 동부 돈바스와 헤르손 등 남부 일부 지역을 수복하면서 러시아군이 크게 위축되는 상황에서 평화 협상설이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해 온 서방국 사이에서도 전쟁이 9개월째로 접어들어 장기화하면서 피로감을 보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전쟁으로 식량과 원유,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기도 하다.



이날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미 국방부 청사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인들을 군사적으로 자국에서 완전히 몰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달성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밀리 의장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승리(러시아군 완전 철수) 확률은 높지 않다”면서도 “러시아가 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가 협상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고 정치적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는 협상 여부는 어디까지나 우크라이나가 결정할 몫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협상론이 자칫 우크라이나에 타협을 압박하는 모습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협상의 적기에 대해서는 “우리는 결정의 주체는 우크라이나이지 우리가 아니란 점을 거듭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그간 우크라이나 원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미국에선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차지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날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현지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면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