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라디오스타’ 등 외모지상주의·여성 성적 대상화 조장”

by최정훈 기자
2019.07.01 14:47:06

서울YWCA·양평원,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 발표
TV조선 ''미스트롯'' 등 성적 대상화, 외모지상주의 조장 지적
도시어부·나혼자산다, 여성 주체성 강조 등 성평등 내용 담겨

자료=서울 YWCA 제공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TV 조선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이었던 ‘내일은 미스트롯’이 외모 지상주의를 조장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외에도 SBS의 ‘미운오리새끼’는 여성의 주체성을 무시했고 KBS2의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1일 서울YWCA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서울 YWCA가 예능·오락프로그램 속 성평등적, 성차별적 사례를 찾아내 분석하기 위해 지난 3월 1일부터 3월 24일까지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의 18개 예능·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다.

자료=서울YWCA 제공
주요 내용으로는 먼저 해당 프로그램에서 발견된 성차별적 내용은 51건으로 성평등적 내용은 15건보다 약 3.5배 많았다. 성차별적 내용의 경우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이 23건으로 가장 많았고 △외모지상주의 조장(11건) △여성의 성적 대상화(5건) △선정성(3건) △여성의 주체성 무시(2건) △성희롱·성폭력 정당화(1건) 순이었다. 특히 올해는 다양한 섹슈얼리티 또는 연애·가족 형태의 부정적 편견 조성 등이 포함된 ‘기타’ 항목도 6건이나 나왔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트롯’이 여성의 성적대상화와 선전성, 외모지상주의 조장 내용이 담겼다고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미스트롯은 여성 성 상품화 논란으로 2002년 지상파에서 퇴출된 미인대회가 컨셉이다. 오로지 여성 참가자들로 구성돼 참가자들이 모두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섹시하거나 귀여운 표정을 지어 남성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객체로 전락시켰다는 설명이다.

또 자막으로 ‘예쁜 애 다음으로 등장한 예쁜 애’와 같은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기도 하고 3월 21일자 방송에서는 가죽이나 망사같은 지나치게 여성의 특정 신체부위를 강조한 의상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춰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KBS2의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3월 10일자 방송에서 가수 장범준의 딸 조아에 대해 ‘멋부리기 좋아하는 천생 소녀’라고 표현해 꾸밈을 좋아하는 것은 여성이라는 성적 편견을 묘사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방송사의 ‘살림하는 남자들2’의 3월 13일자 방송에서도 진행자 최양락이 아내 율희를 도와주는 남편 최민환의 모습을 보며 “남성들은 저런 행동에 거부반응을 보인다”고 말해 성차별적 사고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SBS의 ‘미운오리새끼’ 3월 3일자 방송에서는 고정 패널인 서장훈이 홍진영의 어머니가 속살이 비치는 옷을 남편이 버린적이 있다고 하자 “노출 있는 게 보기 싫어서…사랑하는 마음에 그러신 게 아니냐”라는 말이 여성의 주체성을 무시한 발언이라고 지적했고, tvN ‘코미디 빅리그’ 3월 17일자에서 홍윤화의 전 애인 역할로 나온 문세윤에게 우린 헤어진 사이라고 말하자 “너는 그렇겠지만 나는 아니다”라며 데이트 장소를 따라다는 장면이 데이트폭력을 희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료=서울 YWCA 제공
한편 채널A의 ‘도시어부’와 MBC의 ‘나혼자산다’ 등에는 성평등적인 내용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어부 3월 14일자 방송에서는 고정 여성 출연자 장도연이 다른 남성 출연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 등 주체성이 담겼고, 나혼자 산다 3월 1일자 방송에서는 모델 한혜진이 외모지적과 편견에 힘들었다고 고백하는 내용이 성불평등 내용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서울 YWCM 관계자는 “‘내일의 미스트롯’은 한국 예능에서 여성들의 위치를 보여준다”며 “모니터링 기간 동안 방송된 18개의 예능·오락 프로그램의 주진행자도 남성은 18명인데 비해 여성은 3명에 불과해 이는 남성 중심적 예능 속 여성의 대다수가 일회성 게스트나 보조출연자로 등장하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출연자나 초대손님으로 등장한 여성에게는 끊임없이 외모평가나 성적 대상화가 이뤄진다”면서도 “여전히 수많은 성차별적인 요소가 존재함에도 지난해 7월 모니터링에 비해 다양한 콘텐츠가 증가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