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빠진 세계무역 빅데이‥거대 무역협정, 트럼프 관세폭탄

by방성훈 기자
2018.03.08 15:48:55

8일 일본·캐나다 등 11개국 CPTPP 참여 공식서명
같은 날, 트럼프는 ''관세폭탄'' 행정명령에 서명 예정
韓정부, 양쪽 모두 촉각…美관세부과 제외여부 관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해 1월24일 취임 직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국가 간 무역장벽을 허물자며 한 때 자유무역주의에 뜻을 같이 했던 미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이 같은 날 서로 정반대 무역방침을 공표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하고 미국 최우선의 보호무역주의를 다시 한 번 천명할 계획이다. 같은 날 일본·캐나다·호주·베트남 등 아태지역 11개국은 칠레 산티아고에 모여 범국가적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이고 점진적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공식 서명한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7일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날인 8일 정오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유럽과 캐나다 등 미국의 동맹국들은 ‘관세폭탄’이 현실화되면 보복 대응하겠다고 경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을 강행할 전망이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주말에 발표할 수 있도록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트럼프 대통령이 8일까지 관세부과 계획을 마무리하라고 촉구하며 참모진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일종의 ‘선전포고문’이 될 것이라는 백악관 관료의 말을 전했다.

같은 날 일본·캐나다·호주 등 아태지역 11개국은 칠레 산티아고에서 CPTPP에 공식 서명한다. 11개 참여국 중 과반인 6개국이 비준하고 나면 즉시 발효되며, 참여국들의 모든 교역 품목 중 99%(일본 95%)의 관세가 철폐된다. 무려 10조달러 규모의 관세장벽이 철폐된다는 얘기다. 더불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2.9%, 교역량의 14.9%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 탄생하게 된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내년께 협정이 발효될 것으로 보고 있다.



CPTPP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빠진 뒤 일본 주도로 이뤄지게 된 협정이다. 당초 미국은 아태지역 경제 통합을 목표로 지난 2009년 TPP 논의를 처음 시작했고, 일본·캐나다·멕시코·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브루나이·베트남·말레이시아·칠레·페루 등이 동참해 2015년 10월 협정 타결을 이끌어냈다. 지난 2016년 말까지만 해도 TPP 발효까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관측됐고, 각국은 비준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 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TPP에서 탈퇴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했다. 이후 TPP는 폐기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으나, 일본 주도로 핵심 조항을 유지하되 일부 조항을 수정·폐지하는 방식으로 재타결이 이뤄졌다. 이른바 CPTPP다.

우리 정부는 양쪽 모두 주목하고 있다. 백악관은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협상을 벌이고 있는 캐나다, 멕시코와 더불어 일부 국가가 관세 부과 대상국에서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역시 한-미 FTA 재협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제외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CPTPP의 경우 한-미 FTA 재협상 등 한국을 둘러싼 통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무역전쟁이 심화될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견해 역시 같은 맥락이다. 우리 정부는 2013년 11월 29일 TPP에 대해 ‘관심 표명’을 한 상태다. 미국을 포함한 기존 TPP 12개국과 두 차례 예비 양자협상도 가졌다. 하지만 미국의 탈퇴 이후 CPTPP에 대해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 이외에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타이완, 태국 등이 CPTPP 참여에 관심을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더 나은 협상으로 조건이 좋아진다면 TPP를 다시 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CPTPP 11개국은 미국의 복귀는 물론 회원국이 늘어나는 것을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아직 공식 가입 절차를 마련하진 않았다. 협정 발효 이후 구체적인 승인 절차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