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령 KBS 앵커 “‘망했어’보다 어떻게 살지를 고민해야”[2024 W페스타]

by김진호 기자
2024.10.02 15:50:55

[제13회 이데일리 W페스타 대담]
"시각장애, 극복했다기 보다 여전히 익숙해지고 있어"
'어떻게'라고 묻는 이들에게 "방법 찾으면 할 수 있다"
"남들 시선 아닌 스스로와 대화하고 토닥이며 살아야"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하루아침에 시각이 흐려졌다. 결국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그렇지만 어느덧 나는 ‘망했어’라는 생각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떠올리고 있었다.”

허우령 KBS 앵커는 2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제13회 이데일리 W페스타에서 “‘시각장애를 극복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여전히 그것에) 익숙해지면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KBS 제7기 장애인 앵커로 뽑혀 방송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날 기준 16만 5000명가량의 구독자를 거느린 ‘우령의 유디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허우령 KBS 7기 장애인 앵커가 2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제13회 이데일리 W페스타’에서 ‘나를 이긴 사람들’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나다움, 아름다움’ 주제로 열린 ‘제13회 이데일리 W페스타’는 외부 평가나 기대에 좌우하지 않고 진정한 자신의 내면을 발견할 방법은 무엇인지 나다운 생각과 삶이 중요한 이유에 관해 탐구하는 시간을 갖고자 마련됐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허 앵커에 따르면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시각 장애가 찾아왔다. 그는 “유전적인 이유도 사고도 아니었다. 자고 눈을 떴더니 환했던 세상이 안개낀 것처럼 흐려졌다”며 “처음에는 장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났겠지!’라고 여겼는데 장애 판정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허 앵커는 “시각장애 판정을 받은 이후 움츠러들 때도 있었다”며 “중학교 2학년 때 교내 방송을 통해 마이크를 잡을 기회가 있었다. 사람들로부터 응원을 받았다”며 “20대가 돼서도 방송을 하고 싶었는데 달리 방법이 없어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게 됐고 지금은 16만 명 이상의 구독자와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애라는 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네요’ 또는 ‘공감돼요’ 등과 같은 응원의 목소리로부터 힘을 얻어 왔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았던 중학시절부터 간직했던 아나운서의 꿈을 지난해 현실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허 앵커는 “‘장애인인데 어떻게 아나운서를 해?’나 ‘유튜브는 또 어떻게 해?’ 라는 것과 같은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그럴때마다) ‘방법을 찾으면 할 수 있다’고 답해 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헤쳐가는 허우령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제가 지금 하는 일들을 혼자서 이뤘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눈이 돼주고 함께 걸어준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며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허 앵커는 남들의 시선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의견도 내놓았다. 그는 “10대 시절 눈치를 많이 봤다.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아니다 또는 맞다’를 따지기보다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너 예전에 못했는데 지금 잘할 수 있잖아!’라거나 ‘못해도 괜찮아. 안 죽어!’ 등의 말로 나 자신을 토닥토닥하면서 살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