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타임오프 놓고 노사 수장들 담판…尹 한노총 방문 변수될까

by최정훈 기자
2022.04.12 15:33:45

유급 노조 전임자 한도 심의…19일 노사 단체 대표 담판
의결시한 두 달 넘겼지만…한도 두고 노사 간극 못 좁혀
정권 교체에 입장 바뀐 노사…한도 논의 무산 가능성도
심의기구 고용부→경사노위…"공익위원 개입 힘든 구조"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는 노동조합 전임자를 얼마나 둘 수 있는 지에 대한 기준인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결정 논의의 공이 노사 단체 대표들에게로 넘어갔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법정 의결일이었던 2월3일을 두 달이나 넘겼기 때문이다.

12일 경영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오는 19일 근로시간면제 한도 심의를 두고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노사 단체 대표단 회의를 연다. 이번 회의는 지난 2월3일 근로시간면제심위위원회(근면위) 회의가 열린 후 약 76일 만에 열리게 된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에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의 방문을 받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근로시간면제 한도제는 노조 전임자가 급여를 받으면서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제도로, 유급 노조활동 시간제한제 또는 타임오프제라 부르기도 한다. 2013년 이후 8년 만에 열린 이번 근면위는 지난해 11월30일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심의요청을 하면서 시작됐다.

심의 요청 후 60일 동안이 심의 기간으로 지난 2월3일이 법정 의결 시한이었다. 그러나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등으로 회의가 미뤄지면서 두 달 이상 지났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현행 타임오프 한도는 조합원 규모에 따라 10개 구간(2000~3만6000시간)으로 나뉘어 있다. 또 2개 이상 지역에 걸쳐 분포한 전국규모 사업장에 가중치를 10~30% 적용하고 있다. 이 같은 한도 내에서 사업장 규모와 지역에 따라 노사가 합의를 통해 노조 전임자가 활용할 수 있는 타임오프를 설정한다.



경영계는 타임오프제도 도입 취지가 ‘중소기업의 합리적인 노조활동 유지’에 있는 만큼 재정자립 여력이 상대적으로 더 큰 노조를 대상으로 한도를 축소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타임오프 한도 구간을 통합해 타임오프 한도 자체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친(親)노동 정부로 꼽히던 문재인 정부에서 친경영 정부로 대변되는 윤석열 정부로 바뀌면서 이번 근면위 논의 자체가 무산되거나 경영계 요구대로 타임오프 한도가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윤 당선인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노총을 방문하는 등 친노동 행보를 보이고 있어 이번 논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경총 관계자는 “이번 노사 단체 대표 회의는 노사의 입장 차이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이번 회의에서 타임오프 심의에 대한 합의가 나올 수도 있지만, 조직 간 입장 차이만 확인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실무단위에서는 타임오프를 두고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회의에서 각 단체의 장들이 허심탄회하게 말해보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경제6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 등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반면 노동계는 정권이 바뀌자 경영계의 태도가 바뀌었다며 노사가 사전에 만나기도 어려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이번 근면위 심의부터 심의기구가 고용노동부가 아닌 경사노위로 바뀌며 논의가 더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전까지 근면위가 고용부 산하 정부위원회였을 땐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갔는데, 경사노위로 심의기구가 바뀌니 심의 자체가 진행이 안 되는 모양새”라며 “노사 조율을 위한 공익위원은 노사 사이에서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타임오프 심의가 최저임금 등과 다르게 공익위원들의 개입이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근면위 공익위원인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최저임금과 다르게 타임오프는 순전히 기업이 추가로 더 지출하는 문제”라며 “노사 합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제3자가 개입하기 쉽지 않은 구조로, 근면위 자체가 논의 주제와 들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