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홍남기 또 충돌…"다주택 양도세 풀자" vs "무주택 박탈감"
by최훈길 기자
2021.12.13 16:09:31
재난지원금 이어 양도세 유예 놓고 충돌
이재명 "과세 유예로 매물잠김 해소해야"
홍남기 "매물 효과 없이 부작용만 키울 것"
학계 "文과 차별화 나선 李, 충돌 격화할 듯"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놓고 충돌했던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를 놓고 재격돌했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이대로 가면 다주택자 양도세 유예뿐 아니라 부동산 문제를 놓고 당정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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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이 후보의 다주택자 양도세 유예론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최근 부동산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다주택자 양도세를 건드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앞서 홍 부총리도 지난 2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 조치가 정부 내 논의된 바 전혀 없다”며 “추진 계획도 없음을 명확하게 말씀 드린다”고 못 박은 바 있다.
이 후보는 “다주택자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기재부는 정반대 입장을 표했다. 주택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매물 회수, 정책 신뢰 훼손 등 부정적 여파가 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기재부는 관계자는 “부동산 안정화 흐름이 어렵게 자리 잡은 상황에서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다주택자 양도세 유예가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홍 부총리는 지난 10월6일 기재부 국감에서 “지난해 양도세 중과 조치를 시행하기 전에 6개월 이상 유예기간을 줬었는데 양도세를 인하해도 매물이 나오는 연관성이 없다”고 답했다. 이미 다주택자들이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버티기’에 돌입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80건에 그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1~9월 전국 아파트 증여는 6만3054건으로 2006년 통계 작성 이래 두 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대선을 앞두고 관망세에 나선 상황에서 양도세를 유예하더라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 전망이다.
|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집값 상승 등으로 양도소득세 세수가 증가 추세다. 단위=억원, 2017~2020년 부과 기준, 2021년은 2차 추경 기준. (자료=기획재정부, 국세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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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양도세 중과 제도 도입 당시 이미 충분한 유예기간을 뒀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도입 시 충분한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다주택자에 대한 유예 조치를 하면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도만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기재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가 부동산 안정을 위한 촉매제가 아니라 시장과 민심을 들썩이게 하는 불쏘시개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 2일 “무주택·1주택자 박탈감 야기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이미 주택을 팔고 다주택을 해소한 경우 과세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등 불필요한 논란만 야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당정 갈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재명 후보가 중도층, 야당 지지층을 끌어오기 위해 부동산 문제를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강도를 더 높일 것”이라며 “이재명·윤석열 후보가 내년 대선까지 지지율 접전을 벌일 것으로 보여, 이 후보와 문재인 정부와의 갈등은 더 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