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초미세공정 반도체 새 역사.. 3대 혁신 기술은?

by이진철 기자
2016.04.05 17:32:41

초고집적 설계·사중포토 노광기술·초균일 유전막 형성 기술
''10나노급 D램 시대'' 열어.. 시장 선점·기술리더십 강화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반도체 미세공정의 한계를 돌파하며 ‘나노(1나노=10억분의 1미터)’ 경쟁에서 글로벌 선두자리를 다시한번 확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부터 10나노급 8Gb(기가비트) DDR4 D램을 양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2월 세계 최초로 20나노 4Gb DDR3 D램을 양산한 데 이어 2년여 만의 일이다.

삼성전자 10나노급 D램은 이전 모델인 20나노 D램과 비교했을 때 생산성과 속도가 각각 30% 이상 향상됐고 소비전력 절감 효과도 약 20%에 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10나노급 D램 양산’ 성공에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초미세 패턴을 한꺼번에 그려내는 ‘사중 포토 노광’ △개별 캐패시터를 얇고 단단하게 만드는 ‘초균일 유전막 형성’ △초고속·초절전 구현의 ‘초고집적 설계’의 3대 핵심 기술을 동시에 구현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의 관건은 ‘손톱만 한 칩에 나노 단위 회로를 설계’하는 기술에 있다. ‘20나노’와 ‘10나노’ 등의 용어는 셀을 작동시키는 비트 라인(bit line)과 워드 라인(word line)에 적용된 공정의 평균 값을 일컫는다. 다시 말해 웨이퍼 표면에서 반짝이는 메탈 공정 패턴이 아니라 그 아래 부분에 형성된 초미세 회로 공정 패턴을 가리킨다.

10나노급 D램 공정에는 ‘포토(photo) 설비’가 사용된다. 사람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얇고 강력한 레이저 빛으로 초미세 회로를 그리는 설비다. ‘포토’라는 명칭은 웨이퍼 위에 전자 회로를 사진 찍어내듯 그린다고 해서 붙여졌다.

사중 포토 노광 기술은 단 한 번의 포토 공정으로 초미세 패턴을 4배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 주로 낸드플래시 양산에 적용돼 왔다. 삼성전자는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사중 포토 노광 기술을 D램 공정에 구현했다.

하나의 D램을 구성하는 수십 억 개 셀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기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고성능·저전력 칩을 만들 땐 해당 셀이 오랫동안 완벽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안정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각의 캐패시터를 ‘얇고 길며 단단하게’ 만들 필요가 있는데 바로 초균일 유전막 형성 기술이 중요하다.

캐패시터는 전자(데이터)를 임시로 담아두는 역할을 한다. 주변 회로는 캐패시터에 담긴 전자를 통해 전하 유무를 각각 ‘0’과 ‘1’로 판단, 디지털 신호를 구분한다. 캐패시터에 충분한 양의 전자가 담길수록 디지털 신호를 더 빨리 판단할 수 있다. 공정을 미세화하면서 충분한 전자를 담아두려면 캐패시터를 더 얇고 길게 만들어야 하는 구조다.

캐패시터를 만들 땐 안에 담기는 전하가 너무 빠르게 새지 않도록 하고, 바로 옆 캐패시터 전하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얇고 단단한 유전막을 씌워야 한다. 초균일 유전막 형성 기술의 핵심은 바로 이 유전막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데 있다. 제품 양산력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물질을 캐패시터 내외부에 코팅함으로써 유전막을 초박형 원자 물질로 균일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10나노급 D램은 종전 제품보다 한층 향상된 성능을 갖추면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의 동작 속도는 소비 전력에 비례한다. 즉 속도가 빨라질수록 전력 소비는 늘어나는 구조다. 하지만 10나노급 D램은 전작에 비해 속도가 빨라진 대신 소비 전력은 오히려 줄었다.

10나노급 D램은 속도를 높여 데이터를 더 빨리 제어, 처리한 후 대기(idle) 상태로 전환되도록 설계됐다. 대기 상태에서는 활동(active) 상태에 비해 훨씬 적은 전력을 소비한다.

실제로 PC나 서버 시스템 환경에서 10나노급 D램의 작동 속도(3.2Gbps)는 전작이었던 20나노 D램(2.4Gbps)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또한 작동 상태에 따라 소비전력 역시 10~20% 절감됐다.

삼성전자는 “PC·서버용 제품에 이어 올해 용량과 성능을 동시에 개선한 10나노급 모바일 D램도 양산해 초고해상도 스마트폰 시장을 지속적으로 선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