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정희 기자
2016.02.01 15:21:47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신한은행이 지난해 12월초 디지털 키오스크(디지털 무인점포)를 내놨다. 은행 영업점 입출금 창구 거래량의 90%에 해당하는 총 107가지 업무가 가능한 신문물이다. 고객 입장에선 영업점에 길게 늘어선 줄을 설 필요가 없어진데다 주말에도 업무를 볼 수 있다. 심지어 예금을 담보로 한 대출업무까지 가능하다.
집에서 계좌 개설부터 대출까지 금융에 온갖 편리성이 강조되고 있다. ‘핀테크(Fintech)’란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금융이 나타나면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였던 사람들에게도 자금 융통이 가능해진다는 희망도 섞여있다.
그러나 금융이 편리해지는 것이 마냥 좋을까. 항상 그렇듯이 기술 발전에는 ‘노동 소외현상’이 나타난다. 금융에 ‘로보어드바이저’가 도입되면서 자산운용에 대한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금융에 대한 기술발전만 그러했던 것은 아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하이패스가 생기면서 요금 징수원의 일자리도 줄었다.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시점에 일자리를 동반하지 않은 기술 발전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를 생각하게 한다.
너무 편리한 금융은 또 다른 한편에서 ‘저금리’가 갖는 부작용을 더 촉발시킬 수 있다. 자본주의가 한계를 맞았단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되는 데다 레버리지를 일으켜 수익을 창출할 만한 돌파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쉽게 대출을 받아 신용을 늘릴 경우 어떤 부작용이 나타나는지는 과거 역사에서도 배웠다. 실제로 한 은행의 모바일 뱅킹은 절반 가량이 40, 50대 가정주부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던 고객의 수요가 좀 더 저렴한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은행 모바일 뱅킹으로 옮겨간 영향이다. 얼굴도 보지 않고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다 대출을 거절당한다고 해도 체면을 구길 일도 없다. 쉬운 대출은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바꾼다.
주요국들의 금리 전쟁과 저성장 기조에 저금리가 어쩔 수 없는 시대적 ‘뉴노멀(new-normal)’인데다 여기에 ‘너무 편한 금융’이 사명처럼 자리잡았다. 과연 ‘핀테크’만 강조하면 되는 사회인가. 돈을 쉽고 편리하게 빌릴 수 있게 만드는 것만이 금융개혁의 본질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