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감 고조에 리비아 산유 중단까지…유가가 불안해
by이소현 기자
2024.08.27 17:38:16
WTI 3%↑…브렌트유 81달러, 2주 만 최고
리비아 정치 분쟁에 석유 생산·수출 중단
중동 무력 충돌…이스라엘 보복 불안감↑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국제 유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아프리카 최대 원유 매장량을 가진 리비아의 생산 중단과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의 무력 충돌로 중동 내 긴장이 고조되면서 공급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지정학적 위기가 유가를 끌어올려 각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뉴욕 상업 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7.42달러로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59달러(3.46%) 상승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1.43달러로 전 거래일 종가보다 2.41달러(3.05%) 올랐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대를 웃돈 것은 지난 15일(81.04달러) 이후 약 2주 만이다.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 지역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에 중요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84달러(2.40%) 상승한 78.54달러에 마감했다.
| 26일(현지시간) 리비아 트리폴리의 리비아 중앙은행 앞에서 리비아 내무부 요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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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 리비아 동부 정부가 모든 유전을 폐쇄하고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생산과 수출을 중단한다고 밝혀 공급 우려를 키웠다. 리비아 국영석유회사(NOC)의 공식 확인은 없었으나 NOC의 자회사인 와하·시르테 석유회사는 점진적으로 생산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소속인 리비아는 자국 내 정치 불안으로 인해 과거부터 안정적인 석유 생산을 지속적으로 위협받아 왔다. 리비아는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내전이 발발했다. 20년 된 휴전 협정 이후에도 여전히 분열돼 있다.
현지 매체들은 리비아의 석유 생산 중단 원인을 석유 수익을 관리하는 리비아 중앙은행 총재 교체를 둘러싼 서부 트리폴리의 리비아 통합정부(GNU)와 리비아 동부와 남부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리비아국민군(LNA)간 마찰에 따른 것으로 꼽았다. 동부 LNA 측은 현 총재를 지지하고 나서는 등 리비아 금융 권력을 놓고 GNU와 LNA가 다투는 모양새다.
로이터에 따르면 LNA 개입으로 리비아 최대 유전인 사라라 유전에서 생산이 감소해 지난 7일 석유 수출 불가항력 선언이 내려진 가운데 동부 지역에서 생산이 전면 중단되면 남서부 지역의 엘필 유전(하루 13만 배럴)만 남게 된다.
UBS의 조바니 스타우보노 애널리스트는 “석유 시장 관련 가장 큰 위험은 리비아의 정치적 긴장에 따른 석유 생산의 추가 감소”라며 “현재 하루 100만 배럴인 생산량이 0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에너지 관련 전문 기관인 에너지연구소(EI)에 따르면 리비아의 2023년 원유 생산량은 하루 약 127만 배럴로 나이지리아(154만 배럴), 알제리(141만 배럴)와 함께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 중 하나다. 리비아는 매장량 기준 484억 배럴로 아프리카 석유 생산량 1위인 나이지리아(369억 배럴)보다 많아 잠재력이 상당한 국가다.
한국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2020년대 이후 리비아 석유 수입은 중단된 상태지만, 큰 틀에서 리비아의 정세 변동은 국제 유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과거 2014년 2차 리비아 내전은 2020년까지 6년간 지속하며 미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의 개입까지 불러온 전례가 있어 리비아의 정세 불안은 단순히 산유국 하나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 리비아 최대 유전인 사라라 유전 전경(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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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감 고조도 국제 유가에 압력으로 작용했다. 헤즈볼라의 공격 임박 첩보를 확보함에 따라 이스라엘이 전투기 100여대를 동원해 레바논 남부에 선제공격을 했다. 헤즈볼라도 곧바로 이스라엘 내 군 기지 등을 겨냥해 로켓 320발을 쏟아부으며, 지난달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암살당한 고위급 지휘관의 보복을 위한 ‘1단계’ 공격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무력 충돌에 중동 이슬람 국가들 사이의 핵심축인 이란도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가 본토에서 사망한 것과 관련해 보복에 나서 이스라엘과 전면전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나왔다.
이란 신임 외무장관 압바스 아락치는 이날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이란은 역내 긴장 고조를 두려워하지 않지만 이를 원하지도 않는다고 발언했다.
홍해를 통과하는 대형 선박을 향한 공격도 계속되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그리스 선적 유조선 수니온 호에서 최소 5건의 화재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