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트럼프 재선은 끔찍"…바이든 강한 지지 보여준 뉴욕(종합)

by김상윤 기자
2024.04.03 15:51:44

민주당 텃세인 뉴욕…2020년 대선서 바이든 압승
"미국은 여성·커뮤니티·이민에 진보 태도 보여야"
"바이든은 이민·경제·전쟁 낙제점..트럼프로 바꿔야"
격전지 위스콘신…트럼프 득표율 80% 밑돌아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트럼프가 재선하는 건 너무나 끔찍합니다. 과거 4년 동안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재집권 시 미국의 민주주의는 분명히 후퇴할 것입니다.”

“미국 경제는 좋아지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하지만, 팬데믹(감염병 대유행)과 전쟁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입니다. 바이든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그를 다시 뽑아 안정적으로 경제를 이끌도록 해야 합니다.”

2일(현지시간)뉴욕 맨해튼의 예술디자인 고등학교에 마련된 프라이머리 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투표 등록을 하고 있다. (사진=김상윤 특파원)
2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경선인 민주당·공화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 투표소가 설치된 뉴욕 맨해튼의 예술 디자인 고등학교.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뉴욕시민이 아침부터 하나둘씩 투표장을 찾았다.

이날 만난 투표자 10명 중 7명은 모두 바이든 대통령 지지자였다. 뉴욕은 전통적으로 진보 색채가 뚜렷해 민주당 ‘텃밭’이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60.9% 득표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37.8%)을 여유 있게 따돌렸던 지역이기도 하다. 최근 여론조사는 이보다 격차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더 강하다. 지난 2월 발표된 시에나 칼리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뉴욕 유권자의 약 48%는 바이든 대통령을, 36%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나머지 16%는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대선 후보를 위한 선거인단을 확보한 만큼 이날 투표는 대세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바이든-트럼프 재대결’ 구도 속에 미리 11월 ‘본선’을 치르는 느낌이 강했다.

민주당 경선 투표에 참석한 60대 셰리 씨는 “나는 정말 트럼프가 싫다”며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해야 미국의 민주주의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든은 커뮤니티, 여성이슈, 이민 문제에 대해 진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면서 “특히 미국은 이민의 나라다. 이민자를 적대시하는 트럼프가 당선되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자기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세계, 다른 국가와 관계도 고려하지 않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미국의 위대함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도 많지는 않지만 만날 수 있었다. 뉴욕은 트럼프가 플로리다로 이주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트럼프의 고향이기도 한 지역이다.



40대 여성인 드루실라 씨는 “트럼프 때 경제가 좀 더 낫지 않았냐. 지금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너무 힘들다”며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국내 일자리를 늘리려고 했다. 트럼프가 다시 당선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사법 리스크는 중요하지 않다”며 “이미 대법원도 후보자격에 문제 없다고 한 만큼 이번 대선에서는 리스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0대인 알렉세이 씨는 “바이든이 이민문제, 경제, 전쟁 등에서 모두 낙제점을 받지 않았냐”며 “트럼프는 이 문제를 전략적으로 다룬다. 지금처럼 미국이 질질 끌려다니지는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칭송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부채문제도 해결할 것이고, 세금도 낮추면서 경제가 더 잘 돌아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일(현지시간)뉴욕 맨해튼의 예술디자인 고등학교에 마련된 프라이머리 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투표기기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사진=김상윤 기자)
투표장은 이미 ‘본선’ 구도였지만, 이날 투표소는 생각보다 한산한 편이었다. 이미 상당수는 사전 투표 및 우편 투표를 했고, 양당 후보가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투표 열기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측면도 있었기 때문이다.

투표소를 총괄하는 코디네이터인 마이클 부시맨은 “이미 각 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돼 오전 분위기로는 투표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며 “대체로 뉴욕은 민주당의 지지자들이 많기 때문에 민주당 투표율이 더 높을 것 같다. 11월 대선에는 아마 투표소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사람이 가득 찰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자정 기준 뉴욕 프라이머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약 91.5%의 득표율을, 트럼프 전 대통령은 82.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같은 날 치러진 위스콘신 프라이머리에서는 바이든은 88.4%, 트럼프는 79.3%의 득표율을 보였다. 위스콘신은 대선에서 격전지로 꼽히는 주다. 2016년 대선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눌렀으나 2020년 대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했다. 당내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는 점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