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선배' 日보니…정부 '감시'는 韓보다 강했다

by김인경 기자
2024.02.26 17:08:02

JPX, PBR 1배미만 기업에 이행 목표 공개 공시 요구
"2026년까지 1배 미만 이어지면 상폐 목록" 으름장도
日 금융청, 대형 손보사에 '정책보유주' 매각 요구
사상 최고치 경신한 닛케이…"강한 추진력 필요"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개하며 참고 모델이 된 일본의 지배구조 개선 프로그램과의 차이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PBR 1배 이하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업 가치 제고에 나서며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고 닛케이 지수가 사상 최고를 거듭 갈아치우는 기록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참고한 일본의 지배구조 개선 프로그램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대부분 유사한 제도를 갖췄지만 정부의 관리·감독은 더 강제성을 띤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가 기업의 자율에 주주가치 제고를 맡기고 인센티브 제공에 방점을 찍은 것과 두드러지는 차이점이다.

일본 도쿄거래소(JPX)는 지난해 3월 프라임시장과 스탠다드시장에 상장된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 상장사를 대상으로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 공개를 공시하도록 요구했다.

이 같은 공시가 의무는 아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지속적으로 PBR이 1배를 하회하는 기업 등 개선이 필요한 상장사에 대해서는 정보 공개를 강력히 요청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노력 없이 2026년까지 PBR 1배 미만 상태가 이어질 경우에는 상장폐지 목록에 오를 수도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 결과 프라임시장 상장사 가운데 59%(673사)는 공시를 완료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PBR이 1배 미만인 회사들의 참여도가 높았는데 0.5배 미만은 68%가 검토를 하거나 이미 공시를 마쳤다.

올해 1월 15일부터 JPX는 ‘상장사 서포트그룹’을 만들고 개별 상장기업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을 통해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기재한 기업들 명단을 매월 공표하기로 했다. 또 내년 3월부터는 프라임시장의 상장사에 결산 등 주요공시에 한해 영문 공시를 의무화한다.



일본 금융 당국도 힘을 싣고 있다. 최근 일본정부(금융청)는 최근 대형 손해보험사 4곳에 정책보유주(기업이 다른 기업들과의 관계 구축 등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를 매각하도록 요구했다. 정책보유주가 클수록, ROE가 악화하고 ‘안정적인 주주’가 있는 만큼 기업이 지배구조 개선에 힘을 쓰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일본 1위 손보사인 도쿄해상의 경우, 이달에만 10.38% 올랐다.

기업들의 노력과 금융당국 및 거래소의 독려와 감시 속 이날도 닛케이지수는 3만9233.71로 마감하며 사상최고치를 다시 썼다.

시장에서는 일본을 벤치마크한 만큼, 국내에도 기업들의 밸류업을 위한 어느 정도의 강제와 감시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무엇이라도 해보려는 정부의 노력은 알겠지만, 자율에만 맡겨두면 대다수의 상장사는 하는 둥 마는 둥 할 것”이라며 “이미 주가의 하락세가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보여주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처럼 PBR 1배 달성을 위한 방안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다면 밸류업 기대로 주가를 올린 상장사들의 상승세가 이어졌겠지만, 이와 달리 자율에 맡기는 권고 형태로 꾸려졌다”며 “이에 차익매물이 나왔다”라고 분석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프로그램에 인센티브나 강제조항이 없어 다소 실망한 분위기이긴 하지만 상반기 중 세제 개편안 등이 나올 예정인 만큼, 방향성 자체는 바뀌지 않은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