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여아 친모 "출산 안했다"…檢, 대법 숙제 결국 못 푸나[사사건건]
by한광범 기자
2023.01.10 16:59:31
검찰, 징역 13년 구형…추가증거 찾아나섰지만 '글쎄'
내달 2일 선고…1·2심 징역 8년→대법서 파기환송
대법, 유죄 입증 위한 추가 조사 항목 구체적 적시
사체은닉미수만 유죄 가능성→형량 대폭 낮아질 수도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검찰이 ‘구미 아이 바꿔치기’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3세 피해 아동의 친모인 석모(50)씨에 대해 징역 13년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앞서 1·2심 때과 같은 구형이다.
하지만 1·2심과 같은 징역 8년의 중형이 선고될지는 미지수다. 앞서 대법원은 1·2심의 미성년자약취 유죄 판결을 파기하며 유죄 입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검찰은 대법 판결 취지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추가 증가조사를 진행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이다.
| 구미 ‘여아 바꿔치기’ 사건의 친모 석모씨.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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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대구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이상균) 심리로 열린 석씨의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다른 남성과 사이에서 출산한 아이를 바꿔치기 해 사회를 경악시켰다. 수 차례 DNA 검사 결과에도 반성하지 않고 있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석씨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는 다음달 2일 오전 10시다.
석씨 변호인은 “아이 바꿔치기는 입증되지 않은 만큼 미성년자약취 혐의는 독단적 추론에 불과하다”며 미성년자약취 혐의 무죄를 주장했다. 석씨도 “아이를 출산하지 않았다. DNA 검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검찰은 파기환송심에서 앞서 대법원이 심리 미진이라고 지적한 부분의 입증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적한 일부 사안의 경우 검찰은 그동안의 수사와 재판에서도 밝혀내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검찰은 석씨의 행적 등 대법원 지적사항을 추가로 밝혀내기 위해 석씨 회사 동료, 산부인과 간호사, 수사 경찰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또 귀 사진 등에 감정도 진행했다. 하지만 유의미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성년자약취죄 무죄를 주장하는 석씨 역시 ‘출산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키메라 증후군 여부에 대한 추가 심리와 해외기관의 DNA 검사를 추가로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5번째 DNA 검사에서도 석씨와 숨진 A양은 친모관계로 확인된 상태다.
검찰의 추가 증거 조사 결과에 대한 재판부 판단에 따라 미성년자약취 혐의에 대한 유무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지적사항을 검찰이 충분히 입증했다고 판단한 경우엔 1·2심과 마찬가지로 중형이 선고될 전망이다.
반면 입증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경우엔 이미 유죄가 확정된 사체은닉미수 혐의에 대해서만 양형이 결정돼 형량은 대폭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석씨가 2년 가까이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형량에 따라 추가 형기를 살지 않고 자유의 몸이 될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에선 유죄의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기 힘든 상황에서 미성년자약취 혐의의 무죄 판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이 심리가 미진하다고 지적한 부분은 검경의 강도 높은 수사에서도 못 찾았던 부분“이라며 ”결정적 추가 증거가 없다면 유죄 파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사건은 2021년 2월 석씨 신고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석씨의 둘째 딸 김모(24)씨가 자신의 자녀로 알고 키우던 A양이 숨져있는 것을 확인한 석씨가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수사단계에서 A양 친모가 김씨가 아닌 석씨라는 점을 확인하고 미성년자약취 등의 혐의로 석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석씨에 대해 아이 바꿔치기에 대해선 미성년자약취, A양 시신을 몰래 매장하려 했던 부분에 대해선 사체은닉미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석씨는 사체은닉미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아이 바꿔치기’는 강력 부인했다.
| 숨진 여아를 집에 홀로 방치했다가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20년형이 확정된 김모씨. 김씨는 숨진 여아를 자신의 친딸로 알았으나, 경찰 조사 결과 이부자매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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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은 DNA를 통해 친모라는 점이 명확히 확인됐고 간접증거를 통해 석씨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다. 1·2심 재판부는 “친딸과 딸의 자녀를 바꿔치기한 것도 모자라 외할머니 행세를 하는 전대미문의 비상식적 행각인 만큼, 준엄한 법의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하급심의 결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1·2심 판결이 사실관계에 대한 충분한 심리가 되지 않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상고심 판결로는 이례적으로 상당한 분량의 판결문을 통해 1·2심 유죄 판결이 매우 빈약한 간접증거를 통해 내려졌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법관은 과학적 증거방법이 증명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즉 증거방법과 쟁점이 어떠한 관련성을 갖는지를 면밀히 살펴 신중하게 사실 인정을 해야 한다”며 1·2심 판결의 섣부른 사실인정을 문제 삼았다.
대법원은 4차례의 DNA 검사에서 확인된 석씨와 숨진 A양 간의 모녀 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추가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곧바로 석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한 당사자라고 인정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결론 냈다. 석씨가 숨진 A양 친모라고 해서 A양을 바꿔치기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석씨에게 적용된 ‘아이 바꿔치기’ 혐의(미성년자약취) 요지는 ‘석씨가 자신이 낳은 A양과, 자신의 둘째 딸 김씨가 낳은 B양을 2018년 3월 31일 오후 5시 32분부터 다음 날인 4월 1일 오전 8시 17분 사이에 B양이 태어난 병원에서 바꿔치기를 했다’는 것이다.
석씨 딸 김씨의 출산 시기는 3월 30일 오후 12시 56분으로 병원에 정확히 기록돼 있다. 반면 석씨의 출산시기는 전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아이가 바꿔치기됐다고 검찰이 특정한 시간 전후로 신생아실에 있던 아이가 서로 다른 아이였는지가 이번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이다.
1·2심이 ‘다른 아이’라고 판단한 핵심 증거는 ‘아이의 체중변화’와 ‘벗겨진 식별띠’였다. 체중변화의 경우 병원이 매일 0시 측정했다. 측정된 체중은 3월 31일 3.460㎏이었고, 하루 뒤인 4월 1일엔 3.235㎏로 줄어 있었다.
이를 근거로 1·2심은 “다른 사람 몸무게를 측정한 것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곤란하다”고 결론 냈다. 식별띠의 경우 4월 1일 오후 5시 12분 병원 촬영 사진에서 아이의 우측 발목 식별띠가 벗겨져 있던 점을 근거로 “누군가 임의로 분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증거로만 판단하기엔 섣부른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신생아의 경우 체중 변화는 출생 후 3~4일동안 태변과 수분 배출로 출생 직후보다 5~10%를 줄어들어 4일째 되는 날 최저 몸무게를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실제 병원에 기록된 아이의 몸무게는 △출생 직후인 3월 30일 3.485㎏ △3월 31일 3.460㎏ △4월 1일 3.235㎏ △4월 2일 3.210㎏ △4월 3일 3.270㎏ △4월 4일 3.305㎏으로 출생 직후부터 4일 차까지 줄다가 이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법원은 “이 같은 몸무게 변화가 이례적인 것인지 여부를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식별띠와 관련해서도 해당 병원 간호사 중에서 “영아 식별띠가 분리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계속 분리되면 카트에 붙여놓는다”고 진술한 점을 지적하며 분리된 식별띠 상태에 대한 보다 면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4월 2일 0시부터 0시 반 사이에 진행된 검사에서 아이 혈액형이 A형으로 나왔는데, 이는 김씨 자녀에게선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었다. 1·2심도 이 부분에 대해선 “6개월 미만 신생아에게선 혈액형검사 결과 불일치가 흔하게 발생한다”면서도 “오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여아 바꿔치기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아이 확인을 위한 사진에 대한 전문가 심리도 요구했다. 출생 무렵부터 퇴원 당시까지의 아이 생김새가 별다른 차이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뒤바뀐 시점으로 지목된 시간 전후의 아이 모습에 대한 추가적인 판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 석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2021년 4월 22일 대구지법 김천지원 정문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숨진 여아의 추모공간을 만들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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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쟁점은 석씨가 3월 31일 오후 5시 32분부터 다음 날인 4월 1일 오전 8시 17분 사이 아이를 바꿔치기 했는지 여부다. 여기서 3월 31일 오후 5시 32분은 석씨가 퇴근한 시간이고, 4월 1일 오전 8시 17분은 석씨가 출근한 시간이다.
석씨는 31일 남편, 사위 등과 함께 오후 7시께 산부인과에 도착한 후 병원에 머물다가 오후 8시께 남편 등과 함께 아이를 신생아실로 데려다줬다. 그는 직후 남편과 함께 병원을 나와 오후 8시 30분께 집 근처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햄버거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고려할 경우 검찰이 특정한 시간대 중 석씨의 범행 가능 시간은 31일 오후 8시 30분 이후로 한정된다. 석씨 범행이 인정되기 위해선 운전을 하지 못하는 석씨가 어딘가에 있던 A양을 병원으로 데리고 간 후 신생아실에 있던 B양과 바꿔치기하고, B양을 유기한 후 가족들 몰래 귀가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
하지만 석씨의 이 시간 행적은 전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대법원은 “광범위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석씨 행적에 부합하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쟁점은 해당 시간에 석씨가 범행을 위해 병원 신생아실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었는지 여부다. 1·2심은 간접증거로서 해당 산부인과의 외부인 출입이 자유로웠고 신생아실에서 데리고 나오는 것도 비교적 용이했던 만큼 마음만 먹으면 아이 바꿔치기는 어렵지 않았다고 결론 냈다.
이와 관련해 일부 간호사는 신생아실 출입 가능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였고 그 외의 시간엔 신생아실 외부로 아이들을 내보내지 않았다며 하급심 결론과는 다른 증언을 하기도 했다. 또 당시 해당 병원 신생아 관찰 기록지에 따르면 간호사들은 31일 오후 9시부터 1일 오전 9시까지 3시간 간격으로 아이에게 수유를 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3월 31일 오후 9시부터 4월 1일 오전 9시까지 석씨 딸이 출산한 B양이 신생아실에 머물러 있었을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석씨가 A양을 출산한 시기도 쟁점이다. 구미의 한 기업에서 2교대로 근무했던 석씨는 2018년 1월 27일 퇴사했다가 2월 26일 재입사했다. 그가 다니던 회사는 이틀 연속 연차를 사용할 수 없는 회사였다. 석씨의 출산 관련 병원 기록이 일절 없는 상황에서 1·2심은 출산 준비를 위해 회사를 일시적으로 그만둔 것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석씨가 재입사 후인 2018년 3월 6일 조퇴, 3월 7일 결근을 했던 점을 근거로 출산시기를 이 무렵이라고 판단했다. 1·2심은 구체적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3월께’로만 출산시기를 추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3월 출산을 앞두고 있어 출산준비를 위해 자발적으로 퇴사했다는 석씨가 출산 임박 시점에 굳이 재입사를 했다는 것이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석씨가 쉬는 기간 출산준비를 했다는 점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발견되지 않았고, 석씨 퇴사가 회사 요구에 따른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석씨 딸 김씨가 산부인과 퇴원 시 데리고 나온 아이는 4월 9일 탯줄이 떨어졌다. 통상 출생 후 열흘 정도 만에 탯줄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할 때, 3월 초 태어난 아이일 경우엔 다소 늦은 편이다. 대법원은 이 부분에 대한 심리도 요구했다.
아울러 재입사 후 검찰이 범행 시점으로 지목한 3월 31일 이전, 이틀을 제외하고 하루 10시간씩 근무한 석씨가, A양을 누구를 통해 어디에서 돌봤는지에 대해서도 심리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쟁점은 석씨가 아이 바꿔치기를 할 동기가 있었는지 여부다. 1심은 “석씨가 B양보다 자신이 출산한 A양을 더 가까이에 두고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김씨가 A양을 양육하게 하려고 바꿔치기 했다”고 판단했다. 2심은 “범행 동기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미성년자약취죄에선 범행 동기는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별도 판단을 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2심 판단에 대해 “범행 동기는 간접증거에 의한 증명 여부가 문제 되는 사건에선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증명력에 한계가 있는 간접증거만 존재하는 경우 범행 동기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숨긴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간접증거 증명력이 그만큼 떨어진다고 평가하는 것이 형사증거법 이념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1심의 범행동기 판단에 대해서도 “가족을 모두 속이고 바꿔치기 범행을 감행할 만큼 일반적으로 딸과 손녀에 대한 애정이 차이가 있는 존재라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상당기간 방치돼 숨진 A양을 돌보지 않았던 행동과 사망 후 사체를 은닉하려 했던 행동 역시 설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석씨의 목적과 의도는 석씨 행위가 약취 범행에 해당하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중요한 고려요소”라며 “이러한 점에서도 동기에 대해 좀 더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판결에선 무조건적인 미성년자약취죄 인정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약취는 폭행·협박이나 불법적 힘을 수단으로 사용해 피해자를 의사에 반해 자유로운 생활관계나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자기나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기는 행위를 의미한다.
대법원은 “석씨가 B양의 외할머니이므로 설령 실제 아이를 바꿔치기 한 점이 인정되더라도 B양 친권자인 김씨 등의 의사에 반하지 않고 자유·안전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약취행위로 평가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석씨 행위의 약취 여부 판단을 위해선 석씨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수단과 방법, B양 상태 등에 관한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