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청와대 이전에 셈범 달라진 경찰

by이소현 기자
2022.03.22 16:58:21

경찰, 경호·경비·교통 인력 재배치 불가피
종로→용산 관할이동…경찰 내 위상도 변화
청와대 인근 집회·시위 규모 이동도 관심

[이데일리 이소현 김형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이전을 공식화하고 ‘용산 시대’ 개막에 힘을 싣는 가운데 경호·경비, 교통을 맡는 경찰 인력 재배치가 불가피해졌다. 청와대 관할인 종로경찰서와 국방부 청사 관할인 용산경찰서가 각기 다른 처지에 놓이게 됐다.

2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청와대관에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 체험관 (사진=연합)
22일 이데일리가 현장에서 만난 용산서 소속 경찰관들은 관할 내 대통령 집무실 이전 소식에 용산서의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우선 경찰 승진 인사에서 주목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통상 종로서가 청와대 인근 집회 등을 관리하며 인사 등에서 혜택을 받아온 것처럼 용산서도 역량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용산에서만 30여년 근무했다는 지구대 A경위는 “용산서장이 경무관이나 치안감으로 승진하는 경우를 못 봤다”며 “(집무실 이전으로) 관할 파워가 세지면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경찰의 별’로 불리는 경무관은 군으로 치면 별, 대기업으로 보면 임원급이다. 경무관 승진부터는 본인 경력뿐아니라 업무성과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해 바늘구멍 뚫기 수준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종로서는 청와대와 정부서울청사, 미국과 일본 등 18개국 대사관 시설이 밀집돼 있어 업무 부담이 큰 곳”이라며 “내부에서 작전에 실패한 경찰은 용서받을 수 있지만 경호 실패는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늘 긴장한 상태로 근무해야 해 업무 강도가 고된 만큼 승진 대상자도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총경 인사를 보면 최근 5년간 용산서는 1명이지만 종로서는 7명의 승진자를 배출했다.

용산서 경찰관들은 종로서가 맡았던 경호·경비 업무를 넘겨받는 데 무리가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용산서 소속 B경장은 “용산 지역은 고급 호텔이 많아 대통령과 외빈을 모시고 행사를 진행한 경험이 많다”며 “이런 경험을 비춰봤을 때 여러 경호 메뉴얼을 충분히 숙지하면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다고 큰 문제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용산서 소속 C경위는 “용산 쪽에 국회의장 관사, 합참의장 관사 등이 있어서 경호 쪽에도 요령이 있다”며 “용산서 차원에서도 준비를 많이 하게 될 것이고, 막상 닥치면 실력 있는 경찰들이 많아 빈틈없이 잘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을 추진 중인 가운데 22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사진=연합)
일선 경찰관들은 청와대 인근에 집중됐던 집회·시위 규모도 함께 이동할지 여부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용산서 소속 한 파출소 D경감은 “아무래도 집회나 시위가 많아지는 게 가장 부담스럽다”며 “정보나 경비, 교통 쪽 규모 자체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서 소속 한 파출소 E경감은 “주변 경찰들 눈도 많고 청와대가 코 앞이다 보니 늘 긴장한 상태로 근무한다”며 “청와대가 옮겨간다는 소식에 주변 경찰들은 대부분 좋아한다”고 전했다. 다른 파출소 F경감은 “만약에 대통령 집무실이 사라져서 집회·시위가 덜 하면 출동은 줄어들 것 같다”며 “순찰을 하다 보니 주민들이 지역 개발을 기대하며 청와대 이전을 굉장히 좋아하는 분위기”라고 알렸다.

기존 청와대와 인근을 관리해온 서울경찰청 산하 101·202경비단 이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02경비단 소속 한 경찰관은 “청와대 인근 경비는 서울청 직속인 202경비단이 책임지고 있다”며 “아직 지침이 내려온 것은 없지만, 옮겨가더라도 보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힘든 점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2경비단 소속 다른 경찰관은 “청와대는 경비는 아무래도 워낙 오래되다 보니 노하우가 쌓였는데 새로운 곳으로 옮겨가게 되면 적응기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524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참가자들이 극우단체를 향해 ‘양심거울’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실현되면 청와대 인근 집회·시위는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종로서 관할에 정부 주요 시설이 밀집해 있어 여전히 민원은 지속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종로서 소속 G경위는 “청와대가 시민에 개방되면 순찰이라던지 다른 업무가 생길 것”이라며 “오는 10월에 광화문 광장이 완성되면 유동인구도 늘어나 신경쓸 일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서의 한 파출소 H경감은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매주 수요일 집회가 있는데 매일 신고가 들어온다”며 “현장 출동해도 무차별적으로 민원이 들어오는데 진보단체와 보수단체의 갈등이라 쉽게 나서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윤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 대선공약은 애초 정부종합청사가 있는 광화문에서 최근 국방부 청사가 있는 용산으로 급선회 된 터라 경찰 내부에서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현재 서울청 주재로 교통·경비 등 기능별로 실행방안 마련에 착수한 상태이며, 일선 경찰관들에게는 전달되지 않은 단계다.

또 대통령 집무실은 국방부 청사로, 관저는 용산구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이 거론된 가운데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 장소로 대통령 관저만 명시돼 있고, 집무실에 관한 조항은 없어 이를 포함할지도 고민거리다. 집회를 최대한 보장하되 경호와 안전 차원에서 최소한의 제한을 두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측은 “여러 판례 등을 분석해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