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리스크에 곡물가도 들썩…식품주 또 암초

by김인경 기자
2022.02.22 16:18:06

리오프닝 기대에 실적으로 올해 상승 흐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운 고조에 곡물가 급등 우려
"추가 가격 인상은 수익성에 부정적…수출입 비용 상승도"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쟁 공포가 가중하면서 식품주를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리오프닝(경기 재개)’에 대한 기대로 올해 초 겨우 상승세를 타자마자 새로운 고비를 만난 셈이다.

최근 3개월간 롯데제과의 주가추이[출처:마켓포인트]
22일 롯데제과(280360)는 전 거래일보다 3500원(2.93%) 내린 11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리온 역시 1700원(1.69%) 내려 9만8800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003230)도 2200원(2.43%) 하락하며 이달 들어 처음으로 9만원 선을 내준 채 8만8400원에 마감했다.

음식료주는 지난해 곡물가격 상승과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부진에 시달리며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곡물가격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기대까지 가세하며 상승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상승세를 타자마자 우크라이나 우려로 다시 곡물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국제시장에서 손꼽히는 곡물 수출국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 세계 밀 수출의 3분의 1, 옥수수 수출의 5분의 1을 책임진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옥수수 수출 비중은 전 세계의 13.3%에 달한다.



이미 국제 밀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FFPI)는 2011년 ‘아랍의 봄’ 사태 이후 최고치인 135.7포인트를 기록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 제공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이 지역 곡물 수출의 주요 통로인 흑해 항만이 파괴되거나 운송에 차질이 생겨 곡물 가격 급등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해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을 때에도 국제 밀 가격이 한 달 만에 75%가량 치솟은 바 있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들 국가가 국내 기업들의 주요 수입국은 아니어도 글로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번 사태는 음식료주에 비우호적”이라면서 “곡물가 상승, 수출입 비용 상승은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주요 가공식품 가격으로 2020년 2분기 이후 가격인상을 단행했지만 곡물가 상승 분을 일부 상쇄하는 수준일 뿐, 추가적인 상승은 음식료주의 수익성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국경을 둘러싼 지정학적 이슈가 발발하면 유가는 물론 물류운임비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수출입 비용 전반이 오르며 판관비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곡물가가 급등하며 이날 주요 농산물 상장지수펀드(ETF)는 코스피가 1.35% 하락하는 국면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KODEX 콩선물(H)(138920) KODEX 3대농산물선물(H)(271060)은 각각 2.30%, 1.27%씩 올랐다. TIGER 농산물선물Enhanced(H)(137610) 역시 1.49%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