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발 물류대란 위기에 산업은행 책임론 대두

by노희준 기자
2021.08.23 17:17:28

산은, HMM 최대주주 및 구조조정下 관리
"사측, 컨설팅 결과 산은 반대로 수용 못해"
"산은, 노사문제...공적자금 6.8조 회수 안돼"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구 현대상선)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 우려가 커지면서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노조와의 협상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산은은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은 노사간 합의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HMM(011200) 해상노조는 22일 낮 12시부터 23일 낮 12시까지 조합원 453명을 대상으로 쟁의 행위 관련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체 조합원 88.3%(400명)가 찬성했다고 23일 밝혔다. 투표엔 434명이 참여해 총 투표율은 95.8%로 집계됐으며 투표자 기준 찬성률은 92.1%에 달했다.

HMM노사는 앞서 임단협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해상노조는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를 사측에 요구해왔다. HMM 사측은 애초 임금 5.5% 인상과 월 급여 100% 수준의 격려금 지급을 고수해왔다. 이후 지난 18일 진행된 중앙노동위원회 1차 조정에서 임금 8% 인상과 격려금 300%, 연말 결산 후 장려금 200% 추가 지급 등 수정안을 내놨다. 수정안에는 5만~10만원 교통비 인상, 50만원 상당의 복지 포인트가 포함됐다. 해상노조도 마지막 조정에서 임금 8% 인상과 격려금 800%를 제시했지만, 사측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46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포워드(Forward)호’가 부산항 신항 HPNT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있다.(사진=HMM)
HMM 파업 결정에 따라 물류대란이 우려되면서 최대주주인 산은이 노사간 합의 과정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측은 당초 외부 컨설팅 결과 등을 바탕으로 임금 11.8%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지만 산은 등 채권단을 고려해 인상률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HMM은 구 현대상선 시절인 2016년부터 산은의 관리를 받고 있다. 해운업황 침체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2016년 7월 20일부터 자율협약을 맺으며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후 2018년 10월 24일부터는 산은 및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와 체결한 ‘경영정상화 계획 및 경쟁력 재고방안 이행 약정’을 맺었다. 약정이란 자금조달을 조건으로 재무적으로 지켜야 할 의무를 규정한 계약이다. 이 약정에 따라 산은과 해진공의 자금관리단이 HMM에 파견돼 있다.



노조 측은 또 각각 8년(육상노조), 6년(해상노조) 동안 임금 동결로 사측과 고통을 분담한 상황에서 실적이 개선된 데다 HMM 노조 측이 제안한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 요구를 받아들여도 연 1200억원의 추가 비용(올해 추정 매출 1%)만 발생해 기업가치에 큰 영향이 없다고 주장한다. HMM은 올 1분기 영업이익 1조19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20억원) 대비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대 영업이익 9808억원을 1분기만에 넘어선 셈이다

(자료=업계)
반면 산은은 HMM 임단협은 노사간 문제라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파업에 들어간 것은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기본적으로 노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산은이 임금협상을 할 때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관리단은 일상적인 운영비용에 대한 관리를 하지, 임금 협상에 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컨설팅 안은 노사가 먼저 합의해야지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산은 내에 대주주로서 노조 입장이 달갑지 않다는 기류는 분명 존재한다. 산은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사측의 임금 인상 8%안은 추가 복지 부분을 고려하면 임금 인상 10%가 넘는 것으로 사측이 상당히 많이 노력한 것”이라며 “HMM은 6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이 아직 회수되지 않은 기업”이라고 말했다. 산은과 해진공은 영구채 3조3000억원, 선박금융 2조6000억원, 기타 9000억원 등 총 6조8000억원을 HMM에 지원했다.

금융당국 역시 해운업의 특성과 임금의 역진성을 강조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HMM의 실적은 노조가 비용을 절감하고 HMM의 경쟁력 제고에 기반을 둔 개선이 아니라 운임 상승에 따른 것”이라며 “해운업 자체는 변동성이 심해 이익의 부침이 큰 데다 일시적 경영 호조로 인건비를 한번 올려주면 나중에 회사가 어려울 때 임금을 깎을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